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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비전을 내놓으라 했습니다. 비전을 생각해 봤습니다. 제 마음에 가장 드는 비전, 그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5공 때 내놨던 정의로운 사회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내놨던 보통 사람의 시대도 상당히 매력 있는 비전이었습니다. (중략) 저도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때 제 가슴은 공허합니다. 그 말을 누가 못하냐? 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2001.12.10.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 및 후원회 연설. 20면, 노무현재단 (엮은이) 돌베개 2022-05-16


#01. 게르마니아 부족들은 도시에 살지 않으며, 서로 연결된 집들에서 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샘이나 들판이나 작은 숲에 마음이 이끌리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서로 떨어져 산다. 또한 우리처럼 건물을 서로 다닥다닥 붙여 마을을 설계하지 않으며, 각자 화재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든 아니면 건축 기술이 부족해서든 집 주위에 빈 공간을 남겨 둔다. __16장. <취락 형태와 주거지>에서


#02. 그들보다 더 연회와 환대에 탐닉하는 종족은 없다. 어떤 사람이든 문밖으로 내쫓는 것은 죄악시된다. 주인은 형편이 닿는 대로 한 상 잘 차려 손님을 환대한다. 식량이 떨어지면 지금까지 주인 노릇을 하던 자가 다른 숙소로 안내하기 위해 손님과 동행한다. 두 사람은 초대받지도 않고 이웃집으로 간다. 초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어차피 환대를 받으니 말이다. __21장, <반목과 우정은 대물림된다. 손님 환대>에서


#03. 그 믿음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깊이 뒤얽힐수록 서로 성가시러워진다. 살다보면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 어머니 말씀처럼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 싶다.__약간의 거리를 둔다, 120면.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



#04. 인용 #01과 #02의 출처는 『게르마니아』이고. #03은. 『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김욱 옮김, 책읽는 고양이, 2016-10-20 원제 : 人間の分際(2015년)]이다. 인간(人間)에 사이 간(間)이 있고, 인격(人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정한 간격(格: 나무들처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비로소 우리가 놓친 것은,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물체  중 하나로서 우리 인간이 너무 오만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5.  적어도 위의 책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출간되었거나 발언한 것이다. 그래서 의미구나, 했다. 인용1에서 감탄하는 것은 마음에 와 닿는 풍경(자연) 속에 슬며시 보금자리를 놓았다는 것. 인용2에서는 추위도 있지만, 그러므로 그렇게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가 연결되어 있다. 인용3 작가를 최근에야 좀 다른 정보로 살폈다. 소노 아야코(1931~ )는 일본의 보수주의 작가다. ‘약간의’와 ‘거리’의 다른 맥락, 일본의 대표적인 혐한주의자로 활약하고 있다는데, 이것도 간격이라면 간격인 듯 


#6. 어쨌든, 약간의 거리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든, 심리적인 거리 유지에 실패한 인간 무리에게 물리적인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한 수 가르치고 있다. 자연이든, 늘 사이에 있는 신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든,  이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단다. 그 섬, 찾다가 우린 헤매는 듯. ‘사이에’ 뭔가 있다. 들판이나 작은 숲 마음 이끄는 곳에 그들처럼, 노마드처럼 임시 거처라도 마련하여 일부가 되고 싶다. 사는 동안 임시 거처 아닌 곳이 어디에 또 있을까? 말로만 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차이 혹은 거리(인용#00) 사이에, 거기에, 뭔가,  있다. 열세 번째 그날이 내일 모레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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