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미모의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쳤던 신라의 소몰이 옹(翁)만큼 이적요는 대담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은교 앞에서 순식간에 수줍어하는 소년으로 돌아간다. 욕망이 시간의 물결을 거스른다. 뭍에 도착해 처참히 부서졌던 파도가 다시 살아나 대양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고요한 욕망이었다. 한없이 빼앗아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내 것을 해체해 오로지 주고 싶은 욕망이었다. 아니 욕망이 아니라 사랑, 이라고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_<은교> 310~311쪽
자신을 살게 하는 힘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송두리째 주고 싶은 마음. 사랑, 그런 욕망을 사랑이라 불러도 괜찮으리라.
‘파격적인 소재’로 이야기되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성의 소녀에 대한 사랑. 그러나 두 소설은 전혀 변태적이지 않고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그 이유는 바로 두 남성 주인공이 예술가로서 ‘미’에 대한 찬양에 그 사랑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가 나였고 충분히 공감하고 나역시 그럴 수 있고 때론 갈망하고 있으니깐 아직 노이은 아니지만 당신은 그렇치 않은가?
하지만 생명력이 충만한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찬양을 시로 풀어간 느낌은 다시한번 박범신 작가를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