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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1004님의 서재
  • 우리만 아는 농담
  • 김태연
  • 13,320원 (10%740)
  • 2019-10-16
  • : 279

폴리네시아 제도에 있는 보라보라 섬을 알게 된 건 소설 <달과 6펜스> 읽고 나서다. 고갱이 노후에 가서 그림을 그렸던 곳 타히티를 알아보다 알게 되었다.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런 환상의 섬에서 사는 일상은 어떨까? 24시간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까?외국인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고 작가는 편도 비행기 표를 타고 보라 보라 섬에 도착한다. 19시간의 비행거리. 섬에서의 생활은 소박하기만 하다. 이런 곳에 가게 된다면 같이 있는 짝에게 더 의지하게 될 것 같다.


"사실은 줄곧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을 기다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그런 어른을 만나지 못해서 그냥 내가 말하고 내가 들었다.경제적인 자립은 소중하다. 그러니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잘 해내려고 한다.

세상은 이런 걸 꿈으로 쳐주지는 않는 것 같다.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드문 세상에서도, 꿈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면 꽤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다.

꿈의 바깥에도 삶은 있다.

p. 45"


어릴 때는 초능력자가 되고 싶었다. 슈바이처처럼 이것저것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꿈들이 정말로 내가 원했던 꿈일까? 꿈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어느 일정한 나이가 되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출산을 하고 승진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숨 막힐 때가 있다. 그저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 해도 잘 했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완성형을 향해 변화하는 중일뿐이라고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오해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다고 오해하게 된다. 그런 오해들이 적절하게 쌓인 덕분에 하게 된 결혼이니, 어떻게 우리가 행복하기만 할 수 있을까.누구나 결핍이 있고 그래서 외로운 것일 텐데, 나 역시 그렇다는 걸 인정하기는 왜 그리도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p.81"


가끔씩은 내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타인의 마음을 어림짐작으로 안다고 생각하는 게 자만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풍경은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랄맞다. 누구나 다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품고 있다.



"기대를 저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그랬는데.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행복해지는 일보다 행복해 보이는 일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런 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니어야 할 텐데.

...

엄마가 좋아하는 분홍색으로 하늘이 물든 날에는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공짜라서, 정말 다행이다.

p. 164"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 가능한 태도로 표현하는 일.

아마 자주 짜증이 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반복해서 실패하겠지만,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내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p.169"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이만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어떤 어른으로 늙어 갈지 고민하는 삶이 조금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피하지 않고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는데 가끔은 조금 덜 성숙해도 좋으니 삶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


"그때 위로가 되어준 건.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낙관이 아니라 시간차가 있을 뿐 누구나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비관이었다.

김태연 "


문을 열고 나가면 그림같이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여기까지는 상상 그대로다. 그러나 모기를 물려도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하고, 전기가 나가면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지만, 냉장고 냉동실 음식부터 먹어야 하는 삶, 마트가 제일 좋은 공간인 삶,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터넷이 있다니 놀랍다. 이런 부분은 사람 사는 곳은 비슷비슷하구나 싶다. 그래도 여유롭고 따뜻하고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조금은 느리게 가는 삶은 멋지다.


의외로 보라 보라 섬에서 사람들이 몇 년 살다가 다시 돌아간다는 글을 읽으니 섬의 삶이 우리에 상상과는 또 많이 다르구나 싶다.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때문에 물가도 높은 것 같다. 늙으면 보라 보라 섬에서 살 거라고 말버릇처럼 말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가고 싶어졌다. 그래도 모기는 좀 무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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