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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1004님의 서재
  • 이이효재
  • 박정희
  • 6,750원 (10%370)
  • 2019-09-09
  • : 191

“눈길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에겐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이이효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하지만 여성운동의 여자도 모르는 나에겐 생소하기만 했다. 책도 초반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1924년 출생, 목사 아버지는 그 시대에 호주 유학 경험으로 영어를 할 줄 알았다고 한다. 어머니 또한 사업에 성공한 할아버지 덕에 서양식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대 대부분 여자가 많이 배워야 한글이나 읽고 쓸 줄 알아쓸까? 그런데 이화대학을 나왔다고 한다. 해외 유학까지 지금이야 예전보다 해외 가는 일이 쉬워졌다지만 나에겐 부러운 삶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심리학 교수를 했다고 한다. 그 당시는 민주화 개념은 근대화론이었다. 핵가족화되면서 여성의 지위는 자유로 원진 다는 이론이라고 한다.

"1958년 서울의 기혼 여성 287명 중 38.4%가 아들이 없을 경우 남편에게 첩이라도 얻어주어 아들을 낳겠다고 했다.

1971년 조사에서도(중략) 전국적으로 1,883명의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농촌에서 68%, 서울에서는 25%.가 남편에게 첩을 두어서라도 아들을 낳겠다고 했다."

충격적이다. 그래도 지금 이 시대 여성 중에 이런 생각을 한 여자가 있을까? 이런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게 확실하다.

이 책은 무조건 이이호재를 추켜세우지 않는다. 그녀가 이스라엘에 갔다 왔을 때 '지역 사회 개발과 여성의 사회 참여 방향'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가졌다고 평하면서도 그녀의 한계도 지적한다.

그리고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올 때마다 성장하는 삶을 보여준다. 소외되고 힘없는 여성 노동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스물두 살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이야기, 권인숙 사건, 박종철 군 고문 사건, 이한열 사건, 한겨레 신문 이야기,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 책의 뒷부분을 읽을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호주제 폐지와 기적의 도서관 이야기는 가슴 따뜻했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왜 작가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가운데 단 한 명도 이이효재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오히려 갖은 게 많아서 내려놓기 힘들었을 텐데 후배와 제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주는 모습, 삶에 계절이 겨울을 향해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 멋있고 감사하다. 정말 멋진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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