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전망은 어떠한지..
당연히들 관심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은근히 잘 모르고 간편하게 입장정리를 해버리지 않나 싶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이 책 읽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
<옮긴이의 글>에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잘 정리되어 있다.
“생각이 곧장 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어떤 생각이든 힘을 얻으려면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런 객관성을 띠는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숫자이고 통계자료이다. 때로는 수학적 계산을 해낼 수 있어야 하고, 통계자료를 왜곡하지 않고 읽어내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지식을 갖출 때 비로소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407~408)
저자 말대로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지나치게 빨리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정보를 채택하고 어떻게 해석할지 모른다.
나는 한동안 스밀을 따르기로 했다^^;;
2.
평소에도 관심 있었던 식량, 환경 파트부터 읽었다.
분야별로 챕터가 나뉘어 있어서 골라 읽고 다시 찾아 읽기 편했다.
꼭지마다 분량이 길지 않아 의외로 가독성이 좋더라.
그리고 굵직한 주제 이외에도 재밌는 키워드들 많았다.
예를 들면 <땀과 사냥의 관계>, ‘행복점수가 높은 나라’를 다루는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챕터 재밌었다ㅋㅋ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는 데에도 거침없으시고... 뼈 때리신다..
저자가 글의 수준이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되
또 피상적이지도 않게끔 신경썼다는데 의도대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저자가 단순히 숫자를 나열하는 학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라고 해서 다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
이를테면 삶을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로 GDP와 가처분소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유아 사망률’을 강력한 지표로 삼는다.
유아 사망률은 ‘양질의 생활 조건을 규정짓는 몇몇 핵심 조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세계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그런 숫자를 적절한 맥락에 대입할 수 있어야 한다.”(16)
3.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빌 게이츠가
자신의 관점을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스밀을 참고한다고 밝힌 것처럼,
어떤 전망을 가졌든 자신의 견해를 '현실적'으로 유지하고,
'입체적'으로 다듬어가기 위해 따라 읽어야 할 학자이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고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중요한 얘기가 아닐까, 싶었다.
정보가 많으리라는 건 당연히 알고 읽었는데, 의외로 저자가 개그캐여서 많이 웃었다.
브렉시트 얘기하면서 이런 대목 나오는데 너무해, 싶으면서도 넘 웃기지 않나ㅋㅋ
“조너선 스위프트, 윌리엄 글래드스턴, 윈스턴 처칠이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한마디로 영국은 한물간 강대국으로, 이제 유일무이함을 주장할 것이라곤 골칫덩이인 왕족, 지나치게 많은 하인들이 바글대는 음침한 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TV용 시대극의 수출이 전부인 듯하다.”(103)
이하 본문에서~
“인간에게는 많은 불합리한 편애성이 있다. 우리는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혁신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면서 실질적인 혁신으로 공통된 문젯거리를 바로잡으려 하지는 않는다. 왜 우리는 하이퍼루프 열차와 영생 같은 환상을 머릿속에 그리면서도 항공기 탑승 문제는 개선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186~187)
“무겁고 큰 타이어는 다루기가 여전히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산업 시대의 산물이지만, 정보화 시대에도 타이어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던롭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자신이 시작한 일에 크게 놀랄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이미 시작되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우리 시대의 탈물질화 바람에도 타이어는 요지부동이지 않은가.”(255)
“숫자가 상당히 신뢰할 만하고 나무랄 데 없이 정확하더라도 더 넓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절대 가치를 정확한 근거 아래 평가하려면 때로는 상대적이고 비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세한 차이에 근거한 경직된 순위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자칫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어림수와 근사치가 부적절하고 불필요할 정도로 정밀한 것보다는 낫다. 의심하고 경계하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대 세계의 복잡한 현상을 계량화하려는 고집스러운 시도도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무질서한 듯한 많은 현상을 이해하려 한다면, 또 최적의 정보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려 한다면, 숫자 추적을 대신할 만한 방법은 없다.”(394~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