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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idice님의 서재

외국어 책을 읽고 번역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가급적 번역을 놓고 잘했다 못했다 하는 소리는 삼가하는 편입니다. 원어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면 그냥 참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읽었던 책 중에서 오역이 가장 심한 책이 바로 이 보니체의 번역서입니다. 이 책은 훌륭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는 중요한 저작입니다. 그런데 역자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영화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불어를 매우 잘 아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혹하게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역자나 출판사 모두 이런 식으로 책을 출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영화 용어들을 엉뚱한 단어들로 바꾸어 놓아서 도무지 한글번역본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오역이 한 페이지에서 1/2에서 2/3정도로 심하게 나타납니다. 일일히 다 거론할 수도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영상-회화라고 옮긴 것은 Plan-tableau입니다. plan은 영어의 쇼트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쇼트라고 번역하거나 아니면 그냥 쁠랑이라고 놔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원전없이 그 챕터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예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불어 원전을 읽을 수 없는 독자들은 아예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번역서를 들춰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렇게 가혹하게 말하는 것이 나름대로 고생했을 역자께는 미안하긴 하지만 사전이나 용어해설집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번역한 역자의 불성실함이나 그런 책을 그냥 출판한 동문선 출판사에 정말 너무나 실망스런 마음입니다. 이는 단지 불성실이나 약간의 실수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책을 읽고 공부하려는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우리나라 학문을 거꾸로 돌리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역자와 출판사에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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