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출간된 이 유명한 책을 약 4년이 지난 후인 지금까지 읽지 못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책의 인기가 하늘을 찔러 집 앞 도서관에서 예약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전에 몇 번 이 책을 대출하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2주라는 시간 동안 636 페이지라는 어마어마한 쪽수에 압도되어 번번이 끝까지 읽기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휴대폰 메모장 속 '읽을 책 목록'에서 항상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 책을 나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드디어 제대로 읽을 기회를 얻었고, 압도적인 분량에 다시금 책을 펼치기가 두려웠지만 어쨌거나 나는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종전에는 그 흥미로운 내용에 압도되어 이 책을 완독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순으로 다루고 있는데 작가의 생각이 이렇게 창의적일 수가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해오던 인류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고민한 작가의 덕에 역사를 신선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책의 초반에는 너무나 오래된 예전의 시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의 경우에는 후반부보다는 흥미가 떨어졌던 것 같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현재 인간과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점점 더 흥미로워졌다.
또한 말 그대로 인류의 대서사시에 대해 다룬 책이기 때문에 그 내용의 범위와 크기에 압도되어 마치 우주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마냥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너무 거대하여 현재 나의 존재와 고민은 너무나도 작게 느껴져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책이었다.
사실 그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 다시 말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야말로 그 시대를 가장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후의 깨달음에 의해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정작 그 시대에는 전혀 명백하지 않은 일이었다.
p.338
제 1부 인지혁명에서는 우연한 돌연변이 유전자가 사피엔스의 뇌를 바꾸게 되었고, 이는 사피엔스들로 하여금 언어를 발명하게 하고 서로 협력하게 하였으며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종족을 지배하게 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제 2부 농업혁명 부분에서는 수렵과 채집에서 벗어난 사피엔스가 정착과 대량생산을 시작하였음을 알려준다. 이에 따라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기후의 악화 등은 오히려 인간을 굶주리게 했다. 농업혁명은 정착과 생산력의 증가로 인간에게 생명 유지의 이점을 준 반면 오히여 수렵과 채집을 할 때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 허점도 존재하였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계급사회에 등장하게 되고, 이는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제 3부 인류의 통합에서 작가는 인구가 증가하고 계급이 형성됨에 따라 돈, 제국주의, 종교 등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이에 속한 구성원을 통합하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돈을 통해 구성원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지만, 이는 신성한 가치나 이방인 및 이웃을 신뢰하는 가치가 아니라 돈이 없어지면 바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에 따라서 사람들은 모이고 흩어진다.
제국주의는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는 민족을 지배하고 자신의 기본 구조와 정체성은 그대로 둔 채 더 많은 국가와 영토를 점령하게 한다. 이는 자신과 그 자신을 제외한 다른 집단을 구분하게 함으로써 우호와 적대를 통해 자국민을 통합하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종교는 현대에서 흔히 말하는 종교뿐만 아니라 민족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등의 사상 체제를 비롯한 최면화된 주의와 집단을 포괄하는 의미이다. 이 또한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여 집단을 통합하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제 4부 과학혁명에서는 현대에 이르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약 500년 전부터 시작된 과학혁명은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들은 과학 연구에 투자함으로써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따라서 유럽 열강들은 제국주의를 앞세워 탐험과 정복을 반복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였다.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과학의 궁극으로서, 길가메시는 영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현대에서도 이는 이어지고 있는데,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병을 고치고 생명을 연장하는데 무수한 시도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과학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5백 년은 깜짝 놀랄 만한 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 지구는 단일한 생태적, 역사적 권역으로 통일되었다. 경제는 지수적으로 성장했으며, 오늘날 인류는 예전이라면 동화에서나 들어보았을 부를 누리고 있다. 과학과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 힘과 실질적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사회질서는 완전히 바뀌었으며 정치, 일상생활, 인간의 심리도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p.530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인류의 역사를 순서대로 나열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작가는 책에서 인류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상력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작가와 같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면, 현대 사회가 이토록 발전한 것이 오직 상상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현대 사회 및 과학에 대해 참신하게 비판하고 그 허점을 찌르는 것은 가히 유발 하라리 최고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문명의 흥망성쇠와 같이 어떠한 여러 집단에 집중하기 보다 개개인의 행복에 집중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개개인에는 인간과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 전체가 포함되는 것으로서, 이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쪽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시 유명한 책은 유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동일 저자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도 이와 유사하게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아마 이 책도 곧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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