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함에 따라 유행했던, 혹은 유행하는 '○○에서 한 달 살기'
한 달 살기?
이 사람들은, 세 달을 산다.
나는 요즘 너무 바쁘다.
대학교 4학년은 학교 편하게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과제는 떨어질 날이 없고 와중에 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으니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몸과 마음이 지치니 여행 생각만 자꾸 떠오른다.
나는 여행을 아주 아주 아주 좋아하는데 그간 여행 에세이는 많이 읽었지만
글쎄, 이렇게 현지에서 몇 달간 살아본 사람들의 책은 안 읽어본 것 같다.
사실 관심이 없었을지도, 나는 오로지 '여행'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여행'이란 말 그대로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소위 말하는 '비행기 값 뽕 뽑기'였던 것이다.
이제까지 그런 여행만 해왔고, 젊음의 패기로 하루에 4~5코스는 예사였다.
그런데 갑자기 잔잔하고 여유로운 여행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나이가 들었나? 아직 20대 중반밖에 안 됐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제 바쁜 여행이 아닌 휴식을 취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이 책은 작가가 89일 동안 치앙마이에서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말 그대로 '살아보는'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주 내용은 아니지만 생활하는 데 필요한 팁과 관광지 등 정보도 당연히 알려준다!
또 이 책은 말 그대로 그림일기여서, 그림 사이사이에 글과 사진이 껴있는 형식이기 때문에
너무너무 읽기가 편하다. 내용도 그렇고, 책의 구성도 그렇고.
바쁜 와중에 이렇게 눈에 쏙쏙 잘 들어오고 편안한 내용이라니,
독자로 하여금 본격 치앙마이 여행 뽐뿌 오게 하는 데 안성맞춤인 책이다.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 어떤 마음으로 지금을 돌아보게 될 것 같아?
.
.
.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기회가 생겼을 때 갔어야지!
p. 15
어느 교수가 한 말이었나,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Now or Never', 내 인생 모토인데, 이것도 역시 이런 맥락이다.
여태 살아온 경험으로는 생각했을 때, 하고 싶을 때, 마음먹었을 때, 그때 당장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하는 것 같다.
언제라도 다시 마음먹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또 미루고, 또 미루고 …
결국에는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치앙마이로 떠나기로 했다면, 혹은 다른 곳으로 떠나고자 한다면
당장 떠날 계획을 짜는 것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내일로 미루면 내일은 또 다른 핑계가 생기고 또 다른 장애물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매일이 첫 날인 듯 좋은 날들 보내세요, 해피 해피 해피.
p. 133
이 책을 읽으면 사진과 그림을 빼놓고서라도 글만으로도 치앙마이의 평화로운 풍경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지나가다 발견한 포근한 카페, 외국인에게도 친절히 행복을 빌어주는 스님, 길 가다 마주친 고양이 등등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장기 여행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것을 느끼고 발견하고 얻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작가의 여행, 치앙마이에서의 세 달 간의 생활은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저 잔잔한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따뜻한 여름 나라에서 나는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로
흐리고 추운 다음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p. 207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싫은 것은 가끔 피해 가도 된다!'
작가는 파란 바다에 아열대성 기후인 최남단 오키나와를 선택하는 '여름파'이지만
나는 겨울마다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최북단 홋카이도를 선택하는 '겨울파'이기에
작가가 겨울을 피해 여름 나라로 도망 아닌 도망을 갔듯이
나도 여름에 겨울 나라로 도망치는 것을 고려해보려고 한다.
물론, 치앙마이에 먼저 갔다 온 후에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요즘 부쩍 태국, 인도네시아, 괌 같은 휴양지로의 여행 생각이 자꾸만 나던 참이었다.
이런 내 마음에 불을 붙이듯 결국 또 한 번 여행을 가리라 계획하게 하는 책이다.
이제 나는 피곤한 여행은 그만두고 작가처럼 잔잔한 일생 같은 여행을 하고자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나에게는 딱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책인 것 같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폭풍 검색과 여행책자뿐,
그리고 떠나는 날에는 이 책도 함께 챙겨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