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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 아더 와이프
  • 마이클 로보텀
  • 16,020원 (10%890)
  • 2025-08-12
  • : 2,318


마이클 로보텀. 작가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내가 그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왔다는 착각을 했다. 작가 이름을 검색하고 출간작을 살펴보는데, 제목은 또 익숙한데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라. 알고 보니 나는 그의 작품을 딱 한 권 읽었던 거였다. 신간 카테고리에서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계속 봐서 그랬나 봐. 이제야 이 책의 주인공이자 시리즈로 계속되었던 조지프 올로클린을 처음 만났다.


그가 오늘을 사는 일은 녹록지 않다. 조(조지프)는 16개월 전에 아내를 수술 합병증으로 잃었다. 두 딸을 돌보는 싱글 대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13년째 그의 몸을 잠식하는 파킨슨병에 적응하는 힘든 시간인 것도 부족해서,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상실감과 우울감을 선사했다. 그 자신을 추스르기도 모자랄 판에, 갑작스럽게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그의 일상은 또 한 번 무너져내린다. 팔순에 가까운 아버지가 생각하지도 못한 장소에서 둔기로 공격당해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 왔다는 연락이었다. 한달음에 병원으로 간 그가 마주한 충격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 옆에 있던 의문의 여성 올리비아. 그녀는 자기가 아버지의 아내라고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 집에 계실 텐데? 올리비아는 그의 아버지와 거의 이십 년의 세월을 함께했다고 말한다. 조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지만, 그녀의 말을 아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물어도 대답 없이 누워서 혼수상태인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조는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이제 그는 자기가 몰랐던 아버지의 세월과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올리비아가 의심스러웠다. 젊은 여자가 돈이 많은 남자와 오랜 세월 불륜의 관계로 살면서 많은 것을 누리다가, 이제 뭔가 다른 목적이 생겨서 이 남자의 돈을 차지하려고 그런 건가 싶었다. 단순하게 이런 이유 말고는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만 의심하기에는 자꾸 구멍이 생긴다. 그녀의 과거를 추적해도 의심은 쌓이지만, 그녀가 범인이라는 완벽한 증거도 없었다. 뒤이어 나타난 다른 인물들에게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이유는 있었지만, 그들을 범인이라고 단정할 자신이 없었다. 올리비아의 아들 유언은 정신질환자였고 폭력적이었지만, 그가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 부자(父子)가 아버지의 사회적 업무를 잘 알 것 같았는데, 그들에게서도 진실을 들을 수는 없었다. 아는 것을 말해주고, 어떤 부분은 모른다고 말하면서 진실에 닿을락 말락 하는 순간을 반복하곤 했다. 병원으로 찾아온 어머니에게 올리비아 이야기를 숨기려고 하지만, 어머니 역시 올리비아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의 아버지는 두 여자 모두 사랑했다는 것 말고는 진실인 게 없었다.


이게 무슨... 조의 아버지는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욕하고 있었는데,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 모든 상황을 의심하면서 읽고 있는데, 한 번씩 브레이크가 걸린 듯이 조의 아버지를 바라보게 된다. 조의 아버지는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걸까. 젊고 기대하는 게 많았던 청년 시절, 유능한 의사로 알려진 중년의 시간, 일선에서 물러나 있으면서도 그의 명성은 자자했던 세월. 조는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틈틈이 기억 속 그의 아버지를 소환한다. 그의 아버지는 너무 단단하기도 했고, 그의 예상 밖에서 허물어지기도 했다. 잊고 지냈던 기억의 조각들을 지금 눈앞에 누워 있는 그의 아버지에게 덮어 씌워놓고 보니,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더 알 수 없게 됐다. 가장 가까운 사이, 가장 상처가 된 사이. 그게 가족이란 건가.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 그의 아버지를 공격했고 범인이 노린 게 있다는 건데, 그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의 아버지의 인생을,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거슬러 확인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은 앞으로 조가 살아갈 시간에 어떤 삶의 방식을 만들어주지는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많은 인물이 감춰두고 있던,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 앞에 그들이 치러야 할 대가만 남았다. 신처럼 완벽해 보였던 그의 아버지 역시 실수하며 살아가는 한낱 인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모든 상황이 끝난 후 그가 느낀 전부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가 아버지의 진실을 찾고자 애쓰는 과정과 조가 자기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의미 있어 보였다. 그는 자기가 부모에게 속한 가족도 지켜야 하고, 자기가 가장으로 이끌어가는 가족도 지켜야 하는 현실 앞에서 생각이 많아지곤 했다. 깨지지 않게 잘 보호해야 하고, 때로는 상실을 같이 견뎌야 하고, 가끔은 닫고 지내고 싶은 마음 너머를 살펴보기도 해야 하는, 그런데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계속 같이 나아가야 하는 관계.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복잡해 보이는 그물 같은 엮어 있는 관계가 가족이 아닐까.


추리소설 같은 느낌보다는, 한 가족의 내면 깊숙한 곳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 느낌이 크다.



#디아더와이프 #마이클로보텀 #북로드 #스토리콜렉터 #소설 #해외소설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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