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맥파든의 『하우스 메이드2』가 출간되었다고 하기에, 몇 년 전 읽을 기회를 놓친 이 책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펼쳐 들었다. 세상에나, 이런 몰입감의 책 오랜만에 읽어본다.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 나는 있는 그대로, 읽은 문장 그대로의 내용만 생각했다. 이런 반전은 생각 못 하고 말이다. 아, 추리소설 제대로 읽은 지 오래되어서 그랬나 보다. 몰랐어. 이런 결말을 볼 줄은...
밀리는 전과를 숨긴 채 부잣집 가정부로 입주한다. 안주인 니나는 밀리가 자기 집에 어울리는 최적의 가정부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은 채로 그녀를 고용하는데, 막상 니나의 집에 입성한 밀리는 놀랄 뿐이었다. 이런 쓰레기장이 있을 수가. 면접 때 봤던 이 집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놀랄 시간도 없었다. 이 일을 못 하게 되면 더는 갈 곳도 없었으므로, 니나의 비위를 맞추며, 말도 안 되는 상황도 견디며 이 집에 정착한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밀리의 다락방이었다. 그녀가 머물 곳은 이 집의 다락방인데, 하나 있는 창문은 열리지 않았고 문도 밖에서만 잠글 수 있었다. 니나는 마치 잘못 지어진 다락방처럼 설명했지만, 다락방의 열쇠를 주면서 밀리를 안심시켰다. 거처가 없어서 차 안에서 살았던 밀리에게 몸을 뉠 수 있는 곳이 생기자 이 방의 의심스러운 부분은 금방 잊힌다.
니나의 남편 앤드루는 최상의 조건을 가진 남자였다. 잘생기고 자상하고, 돈도 많다. 가족에게 한없이 다정하다. 그런 남자가 왜 니나 같은 여자와 사는 거지? 몸집은 계속 부풀어 오르고, 머리카락은 염색도 안 하고 엉망이고,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정신병원을 드나들고, 자기 멋대로인 여자와 함께 사는 앤드루를, 밀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신병을 앓고 자기를 괴롭히려고 작정한 듯한 니나의 행동은 이 집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앤드루는 니나를 이해하고 감싸주기만 했다. 밀리는 점점 니나의 남편 앤드루에게 마음을 두지만,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는 생각에 가슴에 품기만 한다. 가끔 이 집의 외국인 정원사 엔조가 밀리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밀리가 그 경고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의 다락방 문이, 열리지 않았다.
모든 게 발각된 줄 알았다. 이 집 사람들이 밀리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녀의 거짓말이 괘씸해서 그녀를 다락방에 가둔 거로 여겼다. 아니었다. 다락방 문 너머의 사람은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그녀를 가두었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조종하려고 했다. 기가 막히고, 여기서 또 한 번의 교훈을 얻는다. 겉모습 멀쩡하고, 누가 봐도 최상의 조건을 누리는 사람들이, 그 여유로움과 완벽함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살아가는 게, 보이는 모든 게 다 진실은 아니라고. 친절하고 자상한 모습 뒤로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사이코패스의 본능을 숨기고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했지만,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거 아닐까 싶기도 했다. 보기와는 다른 모습을 갖고 사는 거, 어떤 계기나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며 살아갈 일은 없을 거라는 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가장 좋은 모습만 보이며 서로에게 예의를 차리면 그만이고, 서로의 목적에 맞는 시간만 함께하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누구도 이 집의 비밀을 모를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인지 내가 제대로 파악했을 때는 이미 모든 일이 벌어진 다음이었다. 밀리의 다락방 문이 열리지 않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어떻게 그 문을 열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이 집 안의 또 다른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게 되었을 때는 밀리의 최후를 떠올리기까지 했다. 아무도 없었다. 사이코패스 가해자와 다정한 연인을 생각했던 피해자만 남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소설은 내가 상상한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사이코패스가 사이코패스를 낳는, 세상에서 이상한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게 되는지 알게 되었을 때는, 한숨과 함께 그런 악인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게 했다. 그렇지. 선하고 열심히 사는 인간들이 뭘 잘못했다고 계속 피해자로 살아가야 하는가.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해왔는데 반납 문자가 왔다. 미뤄두다가 반납 마감일 전날에 읽게 되었는데, 몇 시간이 그냥 휘리릭 지나갔다. 안 읽고 반납했으면 후회했을 뻔했다. 이 소설이 왜 후속편이 나와야 했는지 충분히 이해되더라. 올해 말 영화 개봉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더 궁금해진다. 2권도 도서관 대출 완료!
심장이 어찌나 쿵쾅거리던지 현기증이 났다. 그제야 니나가 왜 나를 이 집에 강력히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니나는 진짜 내 모습을 알고 있다. 어쩌면 나보다 날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인데요.” 리사가 칼을 제자리에 꽂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그녀의 파랗고 커다란 눈동자가 불안해 보였다. “밀리, 도와줘요.” (38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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