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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신 사냥꾼이 간다 1 : 요괴마을
  • 천능금
  • 12,600원 (10%700)
  • 2021-09-01
  • : 2,110



이승과 저승. 인간이 죽으면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데, 이상하게도 바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아직 이승을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미련이 남았거나, 죽었는데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런 상태에 머무를 때 귀신이라고 부른단다. 그런데 그냥 귀신이 되는 게 아니라, 귀신의 혼을 지탱할 수 있는 물건이 필요하고, 그 물건을 또 귀물이라고 부른다. 이 귀물의 형태는 다양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다. 귀신은 귀물로 인간의 나약한 면을 파고들어 흔들고, 이때 인간의 몸으로 들어와 살아가기도 한다.


귀신, 귀물, 요괴 등 한국식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나이의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게 되는 것까지 더해지니, 더 의미 있는 책이 되어버렸다. 태주와 태희는 잠시 할머니 집이 있는 요괴마을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이름도 요상하다, 요괴마을이라니. 시골의 한적한 곳을 상상했는데, 여기에도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똑같았다. 학교에서 잘 지내지 못했던 태희가 여기에서라도 편하게 지냈으면 싶은데 어떨 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마을, 요괴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서의 색다른 모험까지 더해지니 더 새로운 환경에서 이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시작되었으니, 이거 정말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귀신이 등장하지만 무섭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귀신이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파고드는지 그 배경이 되는 이유가 무서웠다. 태희가 할머니 집으로 온 이유는 부모가 돌보지 못할 환경에 처해지자 잠시 맡겨진 건데(정말 잠시 뿐일까 하는 걱정이 되는 건 왜인지), 이 아이에게 돈은 우선순위가 되어버렸다. 외모를 신경 쓰는 여자 아이는 그 외모를 더 빛나게 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게 되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자기편이 한명이라도 존재한다면 겁내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귀신들이 얼마나 얄팍한 술수를 부리는지, 나는 안 넘어갈 것 같다고 장담할 수 없게 인간의 욕망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파고드는 걸 보면 정말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귀신 사냥꾼 해주와 그 멤버들이 인간에게 해가 되는 귀신들을 물리치는 모험이 흥미진진했다. 어딘가 간절함 하나를 숨기고 사는 듯한 해주의 걱정이 무엇인지, 태주와 태희 형제를 비롯하여 또래 아이들이 무슨 생각과 고민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엿보는 재미도 상당했다. 재미 그 자체를 넘어서서 그 나이의 일상을 이해하는 교재라고 해야 하나. 사실 지금도 조카들이 왜 저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나이만 다를 뿐이지 우리 어른들도 비슷하게 고민하고 신경 쓰이는 것들, 나이가 다르니까 고민의 종류가 다른 것들까지, 그냥 서로 다른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조금 더 보태자면, 그 시기를 지나왔으니 알 것 같은 마음이라고 설명해도 되겠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조금은 울컥해지기도 하고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적응하면서 잘 살아가는 것만이 답이 아닐까 하는 거다. 물론 애써 노력하고 과하게 욕심 부리면 뭔가 더 얻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뭐든 세상에 공짜는 없고, 내가 바라는 게 있으면 하나는 내어주어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니었던가. 아름다운 외모, 마음껏 사먹을 수 있는 돈, 친구의 마음을 얻는 일 같은, 그때의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들이 일찌감치 이런 삶의 이치를 알고 자란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 해주와 월주 남매가 처한 상황까지 본다면, 그래, 이치를 따르는 게 맞는 거겠지 싶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사연,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는 게 좋겠다. 미리 알고 읽으면 재미가 없잖아. ^^


비룡소의 스토리킹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라도 한번은 읽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앞서 출간된 몇 권을 더 읽었지만, 해당 연령대의 아이들이 직접 심사를 했다는 게 이시리즈의 매력이자 검증된 재미가 아닐까. 처음에는 조카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냥 즐기기에도 충분한 재미와 의미가 있는 시리즈로 계속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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