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현대문학 블로그에서 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봤을 때, 내가 사랑했던 책 속 인물들이 떠올랐다. 아주
어릴 적 친구가 되었던 삐삐 롱스타킹부터 비교적 최근에 친구가 된 한아까지. 언젠가 내가 그들이 나오는
책을 선택했던 게 오랜 인연으로 이어진 문학 친구들 말이다. 소설 속 인물과 친구가 된다는 걸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다. 고정 불변한 텍스트와 대화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가능하다. 다정한 대화나
논리적인 토론은 분명 가능의 범주 안에 있고, 그 증거가 바로 이 책이다.
생물학에 따르면 우리는 살과 피로 이루어진
동물들의 자손이라지만, 우리는 내심 우리 자신이 잉크와 종이로 이루어진 유령들의 아들딸이라고 여긴다. p. 10-11
헤라클레이토스가
시간에 대해 남긴 잠언은 독서가들에게 있어서도 진실이라 하겠다. 즉 누구도 같은 책에 두 번 발을 디딜
수는 없는 것이다. p. 12
서문에서
이 두 문장을 읽고 이 책을 사랑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허구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아는 사람과는 이야기가 통할 수밖에 없다. 문학을 허상이라고 생각치 않고, 문학을 읽고 얻은 무언가를 아무것도 아닌 셈 치지 않는 사람과 말이다. 읽는
내내 좋아하는 친구들과 책을 읽고 나누던 얘기를 이 책을 매개로 저자와 하는 기분이 들어 색다르고 좋았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잊고 살았던 옛 친구를 다시 만나기도 했고, 처음
보는 친구를 소개받기도 하였다. 오래 전 읽었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의 고독에 한 발 더 가까워졌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는 한층 더 모호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처럼
도서관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만 같은 작가의 친구 목록(차례)에서
작가의 식견을 엿볼 수 있었다.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생물학에 따르면 우리는 살과 피로 이루어진 동물들의 자손이라지만, 우리는 내심 우리 자신이 잉크와 종이로 이루어진 유령들의 아들딸이라고 여긴다. - P11
헤라클레이토스가 시간에 대해 남긴 잠언은 독서가들에게 있어서도 진실이라 하겠다. 즉 누구도 같은 책에 두 번 발을 디딜 수는 없는 것이다.- P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