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 독자라면 응당 소설의 뒷이야기를 궁금해 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기 마련이다.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에게 애착이 남는 소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때문에 학창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페인트>의 외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설렐 수밖에 없었고, 곧장 서평단을 신청해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페인트>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제누와 비슷한 나이대의 학생이었다. 제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익숙했고, 총 3차에 걸친 그의 페인트 과정을 제누의 입장에서 이해했다. 가끔은 나보다 먼 곳을 바라보는 제누를 동경하면서 말이다. 제누만큼이나 박은, 내게 어른 같은 존재였다. <페인트>에 등장했던 그의 전사조차 딛고 일어섰으니 말이다.
박이 그렇게 단단한 어른이 아니었음을 <두 번째 엔딩>을 받아들고 나서야 깨달았다. 제누에게 특별 입양 절차를 제안하는 모습과 그가 떠난 후에 제누를 찾는 모습은 전혀 내 기억 속 박과 같지 않았다.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기에 떨칠 수 없는 불안 같았다. 나도 종종 같은 종류의 불안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몇 년 만에 알게 된 속마음이 익숙해서 조금 서러웠다. 그럼에도 아키와 노아는 각각 다른 이름을 받아들곤 잘 살 것이고, 제누 역시 그럴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어디에서든 자신의 삶을 충분히 즐길 것이라는 게 퍽 위안이 되었다. 불안해 하는 박에게 보란 듯이 즐겁게 살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라는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고, 미래에 대한 은은한 안도감만 남았다. 출간 이후 2년 만의 외전을 읽는 독자가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이런 것이겠거니. <페인트>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다정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