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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테이블
  • 녹나무의 여신
  • 히가시노 게이고
  • 16,920원 (10%940)
  • 2024-05-23
  • : 10,910

웅성 웅성 여러 사람들이 모여 '어서오세요' 와 같이 서로 인사를 건내는 약간의 소란스러움과

또각 또각 신발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어느 작은 발표회장을 상상해 볼 수 있나요?

이 소설은 왜 이들이 이 발표회에 모이게 되었는지, 그 여정의 시작점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기도를 듣고 기도를 들려주기도 하는 신비한 녹나무가 있는 신사.

그곳에서 종무소에 근무하는 레이토는 어느날 신사에서 시를 판매하려는 한 여고생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집을 무전습득을 하려던 구메다 고사쿠도 만나게 됩니다.

마을에 일어난 자택 강도 상해 사건으로 분위기는 뒤숭숭해지지만 이곳만은 조금 다른 분위기를 띕니다.

우연히 인지장애모임에서 만나게 된 기억을 매일 잃는 소년 모토야는 레이토를 만나러 간 녹나무 신사에서

여고생 유키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녹나무를 모델로 그림동화를 합작하게 됩니다.

그 합작품이 낭독을 통해 발표회에 소개되는 자리가 첫문장의 장소입니다.

히가시노게이고는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고, 그의 초창기 소설들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소개되어 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의 소설들이 다소 불명확한 느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독특함과 작가만의 고유한 따스한 느낌의 이야기로 또 다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분류는 추리소설이 아닌 일본소설입니다. 일찌감치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작가가, 이 소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범인도 사건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 너머에 있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레이토의 이모 치후네, 그리고 그런 치후네의 치료를 위해 나간 인지장애모임에서 만난

소년 모토야의 이야기를 통해 내일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방향성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불과 몇달 전 사랑하는 이모를 떠나 보냈습니다.

(생전 마지막 시기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은 조카가 '사랑하는'이라는 문장을 써도 되는지 자책감이 듭니다.)

치매 증세를 보이던 이모의 마지막은 공허한듯 신기한 듯 나를 보던 갓난 아이같았던 눈동자였습니다.

인지장애, 치매와 같은 병을 앓는 이들의 표정이나 눈동자는 조금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처음 보는 세계나 세상을 마주한 아이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불안함에 조금은 어색해하면서도 아이들이

가지는 호기심 어린 표정이 깃들어 있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공허함도 들어 있습니다.

소설 속 치후네를 보며 자꾸만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맙니다.

소설을 읽으며 평범한 이들의 표정이 어땠는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내일을 향한 불안함, 깊은 갈망, 초조함, 때로는 만족감 등이 들어 있는 표정이 있기도 할 겁니다.

그런 초조함 조차도 삶이었구나, 그래 우리 모두가 미래에 대한 초조함 두려움을 가지고 있구나.

미래를 위해 지금이 초조하고 불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 행복해야 미래가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체념하더라도 우리가 절대 체념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 입니다.

오늘의 나는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반성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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