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의 법률가라는 말이 생소했다. 요즘은 대체로 법조인이라고 표현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큰 차이는 없겠지만, '법률'이라는 말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역시나 전체를 다루는 이야기가 쉽지 않았다. 낯선 이름의 일제강점기 법률가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러시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일제시대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법률가들의 세상은 더 낯설었다. 제1법률가군부터 제3법률가군까지, 일본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의 체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집단에서 판사나 검사가 되었고, 조선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이들의 이력은 더욱 가지각색이었다. 물론, 그들이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바로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학, 교사, 서기 등 원한다면 입장할 수 있는 법률가의 세계였다. 개개인의 노력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할 수 없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학력은 단순한 노력과 재능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돈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다들 힘들고 가난했던 수험생시절을 회고하지만 힘든 정도는 개인차가 컸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허헌의 이야기처럼 한 인물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로 전체를 구성하면 더 몰입도가 높았을 것 같다. 기록이 많지 않아서 물론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전통의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로 바뀌면서 변호사의 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현재 변호사 등록자 수는 2만 4천명(게 중 1만여명이 서울지역 변호사 수)을 넘었다고 하는데, 책에 따르면 "196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서울지역 변호사는 300여명에 불과했다."라고 하는데, 반백년만에 산업의 규모가 커진게 신기할 따름이다. 법조계의 이야기는 물론 정치에서 뗄 수 없겠지만 당시의 정세에 따라서 읽히는 사건이 더 많았다. 학생운동부터 위조지폐 사건까지 많은 이들이 스쳐간 내용을 깊게 담으면서 저자인 김두식 교수가 3년이나 걸려서 이 책을 썼다는 데 이해가 갔다. 마치 각자의 위치에서 숨어있는 아이템을 찾아내서 이어붙여 보물지도를 만들듯이, 커다란 지도를 그려낸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 좋아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