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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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님의 서재
  •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 12,600원 (10%700)
  • 2016-11-01
  • : 8,396

 

후루쿠라 씨, 당신은 운이 좋아요. 처녀에다 독신에다 편의점 알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당신이 내 덕분에 기혼자 사회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당신이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할 테고, 주위에서 보기에 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모든 사람이 가장 기꺼이 받아들이는 당신의 모습이에요. 잘됐어요!"
-p.165

 

 

  후루쿠라 게이코는 소위 소시오패스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평범한 상호작용에는 어려움이 있어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은 하지 않고 18년 간 편의점에서 일을 해왔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추어 대응을 해야하는 일들에 비해, 편의점에서의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규칙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그녀는 이 일이 자신에게 천직이라 여긴다. 그러나 서른 여섯이 되도록 제대로 된 취업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그녀를 세상사람들은 걱정이란 이름으로 비난한다. 그런 그녀 앞에 또다른 종류의 '사회부적응자'인 시라하가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 대한 집착이나 혐오로 표출하며 세상이 자신만을 제외하고 모두 잘못되었다고 믿는 사람이다. 둘은 세상 사람들에게 그들이 '정상'임을 증명하기 위해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편의점엔 매뉴얼이라도 있지, 세상엔 매뉴얼도 없으면서 보이지 않는 규칙들을 지키지 않으면 인생의 낙오자 취급을 받고 만다. 세상의 매뉴얼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는 주인공은 그래서, 편의점의 명확한 규칙과 행동지침들에게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대로 행동하면 정상인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드니까. 주인공의 시선에선 세상의 '정상'이라는 것들이 당연하지만은 않다. 취업을, 혹은 결혼을 왜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으면서 그저 다들 그러는데 너는 어째서 그러지 않느냐는 추궁은 아리송하기만 하다. 우리가 모두 살아내야 한다는 책임감 있는 삶, 착실한 삶이란 무엇일까. 회사에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매달 보험료를 내며 미래를 대비하는 삶? 오히려 정해진 규칙에 순종하며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이야말로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 시대가 지나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의 삶이 '정상'이란 이름으로 매대를 가득 채울런지.

 대단한 감동은 없지만 휘리릭 읽기 좋다. 제목처럼 책도 내용도 가볍다.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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