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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님의 서재
  • 울지 않는 새는 하늘에 빠진다
  • 유이카와 케이
  • 11,520원 (10%640)
  • 2016-07-05
  • : 37
비난하고 무시하는 엄마와
딸에게 자신의 삶을 기대는 엄마
두가지 타입의 엄마와의 관계가 각각 치하루와 아사코라는 딸의 입장에서 진행되지만 많은 경우랄까,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두가지 모습의 혼합체이다.

엄마는 언제나 내 편이고 나를 위해 뭐든 해줄 준비가 되어있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그것에 못미칠 때엔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나에게 왜 그것밖에 못하냐는, 결국 고작 그정도냐는 잔인한 비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기대라는 것이 당신의 헌신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가 효녀와 불효녀의 갈림길이겠지.

문제는 엄마든 딸이든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치하루의 엄마와 가족들이 기억하는 과거가 치하루가 직접 겪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는 내용이 나온다. 엄마의 기억속엔 자신이 일상으로 내뱉던 독설은 없고, 무표정으로 겉돌던 딸아이의 정없고 냉정한 모습만 남아있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어디서도 만나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아사코의 엄마처럼, 딸에게 자신의 희망, 미래, 삶을 기대는 사람은 더 어렵다. 그 근원이 딸에 대한 사랑이라면 엄마를 뿌리치기란 결코 쉽지않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모든걸 헌신했는데 그걸 저버리고 돌아서는데에는 감당하기 힘든 죄의식이 뒤따를테니까. 그냥 나만 참으면, 내 맘만 고쳐먹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내 삶을 포기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니까. 죄의식이냐 자아상실이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랑하다가도 미워하다가도 보고싶다가도 짜증 나다가도 애가 타다가도 안심하다가도 화가 나다가도 결국 안아주게 되는 사이. 모녀란 그런 복잡한 관계다. 여기서 나온 두가지 사례는 그 차이가 너무 명확해서 아쉽다. 그 이상한 양가감정 덩어리의 관계를 잘 섞어서 차라리 하나의 이야기로 끌고 갔다면 더 많이 공감되었을텐데.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일본 소설은 많은 경우 뭔가 심플하다. 묘사도 그렇고 플롯도 뭔가 심심한 느낌. 복잡한걸 싫어한다는 느낌. 머리가 좀 복잡할 땐 그런 맹맹함이 좋을 때도 있지만, 가끔 뭘 먹었는지도 모르게 배만 부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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