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름 여름이다. 더운 공기에 숨이 막힌다. 이사를 하면서 에어컨 없이 살아보자 했건만, 사람이 괴로운건 둘째치고 털복숭이 야옹이들이 걱정되어 결국 할부로 사버리고 말았다.
6평형 작은 벽걸이 에어컨은 그러나 선풍기와 다름이 없다. 에어컨 주변으로 6평 정도만 시원해지면 되었기에 6평 짜리를 샀는데, 에어컨이라는 것의 작동원리는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_- 집에만 있는 날엔 하루 열두시간을 켜두고도 그다지 시원해지지가 않는다. 훈김만 가시는 정도. 그래도 찜기 안에서 잘익은 물만두가 되는 느낌이던 예전에 비하면 훨씬 살만하긴 하다.
더워서인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그저 늘어져서만 있었다. 책도 읽기 싫어 한동안 아무것도 펼쳐보지 않았다. 입맛을 잃었을 때 김치말이국수 같은 상큼한 음식을 찾게 되듯, 독서맛을 잃었을 때 찾게 되는 미스터리소설. 오빠의 책장에 얼마든지 꽂혀있으니 개중 읽어보자 하고 꺼내들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815/pimg_7736711671472989.jpg)
줄거리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주인공 미치오는 우연히 친구 S의 집에 방학숙제를 건네주러 가다가 S가 집에 목을 매단 채 죽어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놀란 마음에 학교로 돌아와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선생님이 경찰과 출동했을 때 시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하게 여기던 중, 거미로 환생한 S가 미치오 앞에 나타나고, 자신을 죽인 사람은 다름아닌 담임선생님이며 자신의 시체를 어디에 두었는지 찾고 싶다고 말한다. 미치오는 동생 미카와 함께 S를 도와주기로 하는데...
4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순식간에(두세시간 걸린 듯) 읽히는 것은 문장에 그 어떤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해석할 필요없는 문장들이 모든 상황을 친절히 해설해주고 설명해준다. 부언하는 듯한 부분이 많아서 성큼 넘어가 버리기도 했고, 사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소설 자체의 분량은 매우 가벼운 듯 하다.
분류불가, 설명불가, 스포일러 엄금, 이라는 뭔가 대단한 듯한 수사에 비해 내용 자체는 좀 귀여운 것 같다. '환생'이라는 것을 독특한 세계관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보편적인 내용이지 않나 싶고. 그래도 흥미롭게 재밌게 잘 읽었다. 시원하게 한사발 들이켰다는 느낌으로.
2016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