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귀엽고 명랑한 양호선생님의 히어로물을 정말 즐겁게 읽었다. 어떤 내용인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오컬트라고 해야할지, 토테미즘이라 해야할지, 코믹미스테리라 해야할지 모르겠는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다. 뭔가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특히 주고받는 대화들이 얼마나 맛깔나게 쓰여있는지, 황당한 설정과 전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유머러스하고 노련한 대화술 안에서는 묘하게 설득력을 갖고 마는 것이었다.
소설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아예 대놓고 일차원적인 장르물의 설정을 따르고 있다. 해로운 기운을 장난감 무기로 해치우거나 적을 딱밤으로 기절시킨다던지, 주인공의 기운이 떨어지면 큰 기운을 가진 상대남의 손을 잡아 충전을 한다던가 하는 설정은 소설이라기보다 어린이를 겨냥한 명랑만화같다. 그럼에도 이러한 설정이 단순히 유치하다기보다 무척 재치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 둥글고 부드러운 이야기 안에 상당히 날카로운 풍자들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분명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옳은 것들만 남고, 옳지 않은 것은 사라지는 세상이라면...
안은영을 국회로!
책을 덮는 순간 생각했다. 이 장난감칼과 비비탄총만으로 온갖 해악한 것들을 무찌르는 정의의 여신을 국회로 보낼 수 있다면, 그들이 뿜어대는 모든 사악한 기운과 날카로운 이기심들을 촥촥 잘라 없애버릴 수 있다면, 사명감은 없고 탐욕을 독처럼 뿌리는 거짓 정치인들의 겨드랑이 털을 영원히 묶어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이번에도 후회없는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이다.
2016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