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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님의 서재
  • 목련정전
  • 최은미
  • 13,500원 (10%750)
  • 2015-10-15
  • : 1,640

 

어쩐지 낭만스러운 느낌이 나는 제목과 산뜻한 산호색 표지만 보고는 이 책의 내용을 가늠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게 예쁜 포장지로 감싸인 지옥이라니. 삶의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지만 맹렬히 썩어가는 상처를 들추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다. 확실히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지만, 분위기가 사뭇 고요하달까, 동양적이면서 은근해서 스티븐킹의 소설만큼 괴롭지는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꽤나 즐겁게 읽었다.


인간이란 참으로 훌륭히 자신만의 지옥을 제 손으로 지으며 사는 동물이 아닐까.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의 괴로움에서 태어난 욕망이 타인을 가리는 순간, 지옥은 저절로 모양을 갖추어간다. 자신이 제 손으로 공들여 만들고 있는 것이 지옥인 줄도 모르고. 그라목손을 이용한 자살이 끔찍한 것은 내장이 녹아내리는 데도 의식은 멀쩡해서 모든 고통을 오롯이 느끼다가 천천히 죽는다는 점에 있고, 삶 속에 혼재하는 지옥이 끔찍한 것은 그 겉면이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만큼 평범하고 일상적이라는 점에 있다. 오로지 나 자신만이 나의 고통의 목격자라는 것은 무척 외롭고 슬픈 일이다.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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