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kish78님의 서재
  • 통영, 아빠의 바다
  • 김재은 엮음
  • 14,850원 (10%820)
  • 2020-09-25
  • : 177

글이 길지 않아도 여운이 긴 책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다들 그랬듯이, 고성장시대에 산업역군으로서,
가정을 책임져야했던 가장으로서의 삶만을 사는 것이 미덕이었던 아버지를

'황소같던 아빠'라 하는 구절에서 내 또래라면 다들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고속  성장을 수많은 현장 곳곳에서 이루어내셨지만

정작 자신의 가슴에 어떤 꿈이 있었는지 찾아내고 그 꿈을 당신들 삶에 펼칠

여유와 여가는 없으셨던 분들일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아빠들이 가슴 한켠에 꼬깃꼬깃 접어둔 꿈과 재능을

꺼내볼 방법도 잊으신채 노년기를 맞이하신 건 아닌가 안쓰럽다.

저자의 아버지도 대기업 퇴직후 이제 좀 여유롭게 노후를 즐기실 때가 되자마자

청천벽력같이 하반신이 마비되고 온 가족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외려 그걸 계기삼아 꿈과 재능을 꺼내신 게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유튜브로 배우신 그림솜씨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 이건 누구에게 배운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이 모두의 손에 있고 유튜브를 다들 본다해도 

그걸로 모두가 영어도 잘하게 되고 드론도 띄울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꺼내든 재능에 딸은 아빠의 삶을 녹여냈다.

아빠의 고향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추억들을 글로 엮어 그림에 힘을 실었다.

특히 해저터널 그림은 그림만으로는 무얼까 싶었는데

그 해저터널에 정전이 되면 차라리 눈을 감고 가는 것이 나았다는 말씀과

그러다 갑자기 불이 켜지면 모두가 탄성을 자아냈다는 글에

삶이 팍팍했던 그 시절이 오히려 추억은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힘들었지만 그래서 간직할수 있던 추억이 시간이 지나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간직한 커다란 원석을 꺼내고 딸과 함께 다듬어

아버지의 커다란 보석을 반짝이게 해준 듯 하다.

우리 친정 아버지의 보석을 나도 같이 찾아드려야 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