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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차이나 퍼즐
  • 전병서
  • 26,550원 (10%1,470)
  • 2025-07-11
  • : 1,404
전병서 소장의 신저입니다. 트럼프 미국 현 대통령이 작년말 당선인 시절부터 한국을 비롯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을 향해 전방위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그간 중국이 쌓아 왔던 비호감이 상당 부분 희석되는 느낌마저 듭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도 올초부터 다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등, 다시 한국의 절실한 경제 파트너로 부상하는(?) 중국을 바르게 평가하려면 역시 전병서 소장님의 인사이트를 들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과거 냉전 시기에도 비동맹그룹이라는 게 있었듯, 요즘에는 미, 중 어느 편에 전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양쪽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실리를 취하는 "신중립국"이라는 블록이 있다고 합니다(p120). 인도와 멕시코가 그 대표라고 하는데, 인도는 특히 러시아산 원유를 싸게 구입하여 이익을 취하고, 미국과도 연결하여 인접한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비합니다. 러시아와의 연대는 과거 소련 시절부터, 아니 영국 식민지로 고생하던 시기부터 은근히 이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멕시코 역시 처음에는 트럼프에게 강한 질타를 듣는 듯했으나 현재는 딱히 트집을 잡히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거대 양 진영 사이에서 영리하게 실리를 취하는 모범적인 예입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갖는 어떤 통념에 대해, 저자는 한번 비판적으로 점검할 것을 제안합니다(p162). 2023년부터 대중 무역은 적자로 돌아섰는데, 가뜩이나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인상이 나쁜 판에 "기껏 중국에 진출하고서, 기술만 다 털리고 나왔다"는 평판이 더욱 굳어질 만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간 미국에서 번 돈의 3,.2배를 중국과 홍콩에서 벌었다"고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아쉬워서 중국제 저렴이들을 사는 것이며 누가 물건 사라고 강요한 적 없습니다. 미제가 경쟁력이 있으면 미제를 쓰는 것이며, 중국산이 영 아니다 싶으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싫든 좋든 중국의 제조업 역량이란 건 이제 인정하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등의 기업이 더이상 엔비디아로부터 칩을 사지 말고 중국산을 쓰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회는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만약 중국의 칩이 생각보다 성능이 나쁘다면, 이런 조치는 자국 기업들에 해가 될 뿐입니다. 과거 나폴레옹은 영국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대륙봉쇄령을 내렸으나, 결과는 아직 산업 역량이 미흡했던 프랑스 진영에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을 뿐입니다. 저자는 말하기를, 미국이 관세부과 보호무역이라는 창을 휘두를 때 중국이 그에 찔려 죽을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게가 커지면 종업원이 손님을 낮게 본다." 장쩌민 주석 시절에는 한국을 찾길 주저하지 않았고, 와서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깍듯했습니다. 지금 시진핑은 자주 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 그토록 방문을 간곡히 청하는데도 무시하는 듯합니다(이번 에이펙에 온다고는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내린 한한령은 거두어질 줄을 모릅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중국의 일개 성 정도의 경제규모가 되어 버린 한국의 위상"을 환기하며, 시진핑이 광둥성을 어떤 빈도로 방문하는지를 먼저 체크해 보라고 합니다. 우리 한국 독자들은 불편할 수 있으나, 객관적 환경을 냉철히 돌아볼 필요도 분명 있습니다.

"앞이 안 보이면 역사책에 물어 보라(p207)." <정관정요>를 보면 삼감지계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역사의 거울, 사람의 거울에 비춰 보면 천하의 흥망성쇠, 나 자신의 득실을 냉정히 간파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트리핀의 딜레마(p92)가 우리에게 잘 짚어 줬듯, 미국의 기축통화 노릇(p271)은 이제 서서히 그 한계에 도달해 가는 느낌도 듭니다. 현재 미국이 관세를 매겨 재정의 구멍을 메우려는 노력도 따지고 보면 이미 1980년대 쌍둥이 적자를 보던 시절부터 구조적으로 미국을 괴롭혀 오던 모순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미래는 마냥 밝기만 한가? 재고가 청산이 안 되니 세계를 향해 덤핑세일을 이렇게 벌이는 중이고 젊은층 실업률은 계속 치솟습니다. 두 고래 사이에 끼어 등이 터지지 않게,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는 슬기롭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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