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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 닐 셔스터먼
  • 17,820원 (10%990)
  • 2025-07-10
  • : 4,531
소급적으로 중절?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참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이 소설 제목 UNWIND가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줍니다. 풀어헤쳐진 걸 도로 말아올려, 원래 상태로 돌려 놓는 것인데 소설에서는 코너의 부모가 자신의 아들에게 그런 짓을 하려 듭니다. 이 끔찍한 조치는 "부모의 동의 하에" 진행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청소년이라고는 하나(유아, 아니 태아라고 해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처분권을 어떻게 부모가 가진다는 말입니까? 벌써 작가의 문제 의식부터가 심상치 않은, 걸작의 포스를 풍깁니다.


"아직도 저 할머니가 우리를 돌봐 줄 수 있을 거라 믿냐?자기 몸 건사 하나 힘들다고.(p144)" 코너의 지적은 날카롭습니다. 도와 주려 해도 당사자에게 그럴 힘이 있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누가복음 10장을 보십시오. 사람을 돕는 데에는 재력과 신분, 혈연 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선의(good will)가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아직도 사람을 믿니? 주보시에서 자라고도?" 리사의 신념도 옳고, 코너의 내적 분노도 그것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문에는 언제나 언와인드 이야기가 나와. 우리 이야기가 빠졌다면 그건 뭔가 이유가 있는 거지.(p93)" 청소년이라고 해도, 아니 청소년이기 때문에, 사회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특히 대중 앞에 어떻게 특정 종류의 사건이 노출되는지 그 방식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우리 뉴스에 나오는 것 아냐?" 그런데 미디어는 그들의 사연을 다루지 않습니다. 검열에는 뭔가 음험한 동기가 작용하는 게 보통이죠. 과거든 미래이든.


"그는 열기에 익숙한 듯 보인다. 초록이나 카키가 아니라 남색 제복이다.(p261)." 이 남색 제복이란 건 the American Civil War 당시부터 해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통일, 무력 과시, 실력 행사의 상징입니다. 생명파와 선택파는 이 소설의 세계관뿐 아니라 우리 독자들이 몸 담고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엄연히 벌어지는 전쟁의 양 당사자입니다. 리사는 말합니다. "남색이 어느 편 군복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둘 모두 패배했으니까." 우리들도 무엇이 본질인지를 잊지 않고, 싸움에서의 승리 자체를 목적으로 삼다 모두가 공멸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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