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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1984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 조지 오웰
  • 8,820원 (10%490)
  • 2025-04-08
  • : 317
이 책도 양장본이며 초판본 당시의 디자인입니다. 그나마 제가 여태 리뷰한 중 이 책은 초판본 출간 연도가 늦은 편이라서 위화감이 덜한 것 같기도 합니다. <동물 농장>은 1945년, 이 책은 1949년에 초판이 나왔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빅브라더가 사회 곳곳을 감시하며 통제한다는 발상은 글쎄, 1948년 당시의 기술 사정으로는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웠지 싶은데 대단한 상상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빅브라더 비슷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건 겨우 지금에서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 가능합니다. 중국은 작금의 발달된 네트워크, 빅데이터 활용 기술을 들며 앞으로는 자신들의 방식이 체제 대결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고 10년 전쯤부터 이미 장담해 왔습니다. 이 정도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라면 본격 계획 경제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1984년 당시 백남준은 당신이 예언했던 그런 암울한 미래는 오지 않았다며 비디오아트를 통해 유쾌하게 오웰을 비웃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오웰리언 유니버스가 성큼, 비로소 다가왔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저는 또 놀란 게, p23에 나오듯 유라시아, 오세아니아, 동아시아 거대 삼국으로 통합 정립되었다는 정세 설정입니다(p245도 참조). 지금처럼 가면 결국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인도, 중동 등이 소홀히 다뤄지는 게 살짝 아쉽지만 1948년 당시에는 이들 지역이 전혀 힘을 못 쓸 무렵이었기에 무리도 아닙니다. 인도는 겨우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니 마니 하는 판이었고 중동은 원래 오스만 투르크의 패권 아래에 숨죽이던 초라한 신세였습니다. 터키가 1차 대전 참전으로 완전히 망하고 나서야(1919) 중동 여러 부족이 주권국 행세를 하기 시작했죠.  

p108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옵니다. "어쩌면 당이 옳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1+1=2가 참이라고 대체 누가 보증할 수 있는가? 중력의 법칙이 틀렸다고 해도 누가 확실한 반론을 제기하겠는가?" 사실 날 설득해 보라며 까마귀처럼 울부짖는 무리들이 믿는 건 이치와 논리, 이성이 아니라 그저 폭력입니다. 폭력 앞에서는 끽소리도 못하며 1+1=5라는 억지에도 기꺼이 수긍하는 무리들이, 존중되어야 마땅한 과학적 진리 앞에서는 "난 아직 설득되지 않았다"며 끝내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불속 유격전을 벌입니다. 제일 같잖은 게 뼈속까지 노예의 혼을 가졌으면서 당장 주먹이 날아오지 않는 판에서만 투사연하는 작태입니다. 뭘 머리아프게 따집니까 따지길. 당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

p136을 보면 가혹한 고문을 통해 불순분자들에 대해 사상개조를 하는 과정이 언급됩니다. 부하린, 지노비예프, 카메네프는 소련 공산당의 가장 총명한 이론가이자 지도자들이었는데 재판정에 끌려나와 양순하게 모든 죄목을 인정해서 1930년대 후반 이를 지켜 본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그랬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양심과 사실 모두에 어긋나는 바를 아무 이의 없이 긍정하는 모습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영국군에 잡혀 심문을 받고 화형에 처해진 육백년 전의 잔다르크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 혁명가들에게 대체 무슨 짓거리를 저지른 것이었을까요? p136에 해답이 있습니다.

p234에서 오브라이언은 줄리아에게 말합니다. "술이 반이나 남았군." 역시 혁명가의 필수 자질은 대책없는 낙관주의와 튼튼한 간(肝)입니다. 인정하는 동시에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중사고의 원칙! 이렇게 뻔뻔스러워야 전체주의자가 될 기본 자격이 갖춰지는 것이겠죠. 전쟁이란, 부분적으로는 파괴를 통해 재생산을 유도하며, 체제 내적 불만을 외부로 돌려 모순을 은폐하는 매우 효율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자네 손가락이 몇 개인가?" "네 개, 다섯 개, 아니 뭐라도 상관 없으니 고통을 좀 멈춰줘요!(p327)" p390에서 윈스턴은 하찮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마침내 승리하고 빅브라더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하게 됩니다. 아, 해피엔딩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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