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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즈 튀르키예(터키)
- 주종원.채미정
- 26,100원 (10%↓
1,450) - 2025-07-07
: 2,068
올해도 중앙북스 프렌즈 터키 편이 이렇게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에로도안 대통령이 국명을 저렇게 endonym으로 바꾼 후에, 주종원 채미정 두 분 저자의 이 책도 튀르키예 편으로 개명하여 책이 나오기 시작한 게 2023년이었고 올해가 3년차입니다. 여튼 매번 책이 말쑥하게, 업데이트 사항도 반영하여 이렇게 출간되니 독자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울 뿐입니다. 저도 3년 연속으로 이 책을 리뷰 중입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스탄불은 정말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도시입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계획 도시를 새로 만들어 그 먼 로마에서 이곳으로 천도하여 지중해 세계의 중심으로 만든 게, 예언자 마호멧의 성천(聖遷)보다 근 삼백년이 앞섭니다. p65 이하에 자세한 소개가 나오는데, 이 도시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정초를 놓은 지 거의 천년 하고도 백년이 지나 오스만 제국의 젊은 황제 메메드 2세에게 함락되어 기독교의 간판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1453년이면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이 나오기 거의 60년 전입니다. 천 년을 기독교 동부 수도로, 다시 5백년을 이슬람의 수도로 지냈으니 문화 유산이 얼마나 쌓였겠습니까.
이 책은 한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자세한 실용 정보가 제시되는 점도 매년 좋습니다. 이스탄불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뭔가 치안이 불안하지 않냐는 선입견이 있는데, p66에 경찰 호출 등 여러 긴급 전화번호들이 나옵니다. 한국 총영사관은 (책에 잘 설명되듯) 이곳 이스탄불(유럽 대륙의 끝자락)에 있고 대사관은 공식 수도(아나톨리아 반도 한복판의) 앙카라에 소재합니다. p71에는 튀르키예판 카카오 택시라고 할 BiTaksi에 대한 자세한 어플 설명이 나옵니다.
p116에는 한때 지중해 세계 최강자로 위엄을 떨친 오스만 제국의 영화를 상징하는 군사 박물관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여기는 1933년에 개관했다고 책에 나오는데,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라는, 현대 튀르키예의 국부(國父), 혹은 중시조(重始祖)라고 부를 만한 장군이 설립한 시설입니다. 매일 오후 3시에 키크고 잘생긴 군악대 청년들이 보여 주는 메흐테르 공연도 있다고 하니 특히 여성 관광객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입니다. 아타튀르크 같은 이가 세속주의, 근대 지향의 바른 방향을 잡았는데 현재의 영도자인 에르도안은 나라를 정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니 이만저만 큰일이 아닙니다.
p250 이하에는 에페스에 대한 정보가 자세합니다. 에페스라고 하면 잘 모를 분들도, 에페소스 또는 에베소라고 하면 모를 사람이 없습니다. 이곳은 교부 시대 기독교 5대 교구 중 하나의 중심지였으며 사도 바울이 그곳의 초기 교인들에게 보낸 서간이 신약 27권 중 하나일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이 이슬람세력권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쇠퇴한 건 아니고, 어느 문명권의 대도시도 그러하듯 자연 재해라든가 산업 구조의 개편 등의 이유로 쪼그라들기도 합니다. 터키는 남쪽으로 시리아와 바싹 붙어 있는데, 이 에페스는 바로 그 시리아와의 접경 근처에 자리합니다. 에페소스 자체가 그 극성스럽고 바지런했던 시리아인들의 무역으로 번성했던 곳입니다.
올림포스 산은 그리스 열두 주신이 모여 살았다고 하여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리스 신들의 거주지로 유명하니 그 산은 그리스에 있는 게 맞고, p360에 소개된 관광지는 튀르키예에 있는 곳입니다. 그리스 신화도 지중해 세계에 널리 퍼진 컨텐츠였으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헬레니즘 시대를 열며 곳곳에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만들었듯 이 올림포스라는 산 이름이 지중해 여기저기에 있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여기도 꽤 유명한 곳입니다.
아무리 메이저 종교라고 해도 신비주의 종파가 꼭 발호하게 마련인데 황홀경에 들어 현세를 초월한 비전을 얻는 게 종교의 오랜 기능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단 도가 지나치면 사이비가 되고, 주류 교단으로부터 탄압을 받기도 합니다. 시아파도 원래 수니파가 보기에 이단이었고 페르시아라는 큰 규모의 정치적, 종족적 단위로부터 지지를 받기 전에는 형편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p556을 보면 이슬람 소수 교단 중 하나인 메블라나의 발생지인 콘야라는 도시가 소개됩니다. 교통 인프라가 잘 발달되었는데 세계 각지로부터 성지 순례를 오는 신도들을 맞으려면 그런 준비가 필요했겠지요.
튀르키예는 영토가 우리 생각보다 넓고, 일차대전 패배 후 아무리 제국이 박살났다고 하나 케말 파샤 영도 하에 그럭저럭 추스린 땅이 꽤 넓습니다. 아나톨리아 반도가 넓다 보니 기후대도 상당히 다양하고, p604 이하에는 에르주룸이라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추운 도시"가 소개됩니다. 쾨펜의 기후 구분에 의한면 냉대(D)소우(s) 지역에 속합니다. 테오도시우스 1세는 로마 제국의 국교를 기독교로 정했는데, 그 테오도시우스가 요새화한 곳이 바로 여기 에르주룸입니다. 고대 로마의 중추 도시 중 하나였고 옴미아드 왕조(우마이야 왕조)도 이곳을 중시하며 다스렸습니다. 에르주룸에서 "룸"이 바로 로마를 아랍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이번년도판도 알찬 정보가 많고 컬러풀한 편집에 눈이 호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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