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뿡이는 친구가 필요해
빙혈 2025/05/0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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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귀 뿡이는 친구가 필요해
- 다니엘 웨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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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5-04-30
: 360
데이비드 칸트로위츠 작가님이 그림을 그렸으며, 다니엘 웨르가가 글을 썼습니다. 웨르가는 이름을 Huerga라고 쓰는데 현재 한국에 거주한다고 나오네요. 이 책 표지를 보자마자 어디서 본 듯하다는 느낌이 온다면 그건 아마 디즈니 OTT 가입자여서일 수 있습니다. 니켈로디언 컨텐츠에서 많은 스타일을 제작했던 아티스트라서 많은 캐릭터들이 그의 손 끝에서 창조되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방귀뿡이는 현지화(한국화)한 이름이고, 원래는 프랭키 더 팔트(Frankie the fart)입니다. 프랭키도 방귀(fart)라는 의성어에 좀 가깝다 싶은 이름이므로 이 번역은 적절합니다. 방귀가 주인공이다보니 이목구...만 있고 비가 없으며 얼굴형이 모호하지만 여튼 니켈로디언 스타일입니다. 또 같이 나오는 조연들은 누가 봐도 디즈니 풍입니다. 칸트로위츠가 여태 얼마나 디즈니 애니에 간여했었는지 눈치챌 수 있는 책이기도 했네요.
책의 목적은 인간에게 방귀라는 생리 작용이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 주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유해한 가스를 내뿜는 효능이지만, "가끔은 그냥 피식 새는 공기일 뿐"이라고도 책에 나옵니다. "아마 네가 만난 중 가장 다정한 방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곧바로 말을 고칩니다. "아, '만난'이 아니라, '맡은'이라고 해야 하나?" 무슨 뜻인지는 성인 독자라면 다 알 수 있을 테고, 이런 말장난 익살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어린 독자에게 잘 가르쳐 주는 것도 교육상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자신이 깨닫는다면 더 좋겠지만). 이게 원서에서는 you will ever meet인데, 원문은 미래형이고 우리말 문장은 경험의 현재완료처럼 되었습니다만 뜻은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절묘한 건 "만난"과 "맡은"의 두운(頭韻)인데, 원문은 meet와 sniff이니 그저그렇고, 한국말 번역이 더 기가막히게 된 경우입니다.
밀폐된 장소,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방귀가 나오는 상황이 가장 난감하겠습니다. 책을 보면 네 남녀가 탑승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프랭키가 갑자기 나온 그림이 있는데, 특히 맨오른쪽 노신사, 저 가운데가 꺼진 20세기 스타일 신사모는 영어로 center crease hat라고 하는데, 이분이 그 표정을 보니 가장 죽을 지경인 듯합니다. 뿡이, 즉 프랭키는 아주 짓궂은 애라서 점잖은 장소에서마다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당황시키는데, 어느 고급 레스토랑을 보니 손님들이 다 성장(盛裝)을 했을 뿐 아니라 나이도 다들 지긋하십니다. 이런 레스토랑에는 잔잔한 피아노 반주가 곁들여지는 게 보통인데, 뿡이는 심벌즈, 트럼펫, 드럼을 혼자서 꽝꽝 울리는 듯 묘사됩니다. 사실 방귀 소리는 묵직한 트롬본 한 방에 가깝지만 뿡이가 좀 별난 듯합니다. 나이 지극한 손님들이 너무도 크게 당황합니다.
누군가가 방귀, 혹은 입방귀인 트림을 거리낌없이 내뿜는다면 상대방은 이 사람이 정말 날 존중하지 않는다고, 예절이 없다고 불쾌해할 것입니다. 그런데 뿡이는 오히려 본인이 의아해합니다. 사람들은 왜 날 좋아하지 않지? 이는 제 생각에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겠는데, 어린이가 방귀를 뀌었을 때 대개는 생리 작용이므로 이건 본인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은 불쾌해할 수 있는데, 이게 왜 그런 건지 제3자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한 것이죠. 이 책 앞에 보면 "사람들을 놀래 주는 걸 좋아하지!"라며 뿡이가 웃는 장면이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은 이렇게까지 짓궂지는 않습니다만, 방귀라는 건 사람들에게 그런 인상을 준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결국 뿡이는 사람들 세계에서 쫓겨나 외톨이가 되고 마는 건지? 뭐 그래도 될 듯한데(현실도 대체로는 그러니 말입니다), 뿡이는 야외에서 자신과 비슷한 철없는 아이들과 즐겁게 뛰놉니다. 서유럽인들 또는 미국인들 컨텐츠에는 이처럼 처음에 사회 적응에 곤란을 겪는 주인공이, 나중에 성공적으로 사회 성원이 된다거나, 아니면 다른 결말을 빚는 게 많은데, 아마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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