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생각
빙혈 2025/05/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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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암기력, 계산 능력보다는 창의력이 훨씬 중시되는 세상입니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시됩니다. 아이디어는 아이큐보다 평등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회사에서 아이디어 머신이라고 해도, 사람인 이상 어느 시점에서는 아이디어가 고갈됩니다. 슬럼프에서 빨리 벗어나, 잘되었을 때처럼 반짝반짝 아이디어를 뽑아올리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책에 좋은 제안이 많이 나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영어에서 You're so predictable, you're too obvious. 라고 하면 넌 너무 속이 뻔히 보여, 다 읽혀, 뭐 이런 뜻입니다.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 또는 그의 아이디어 생산 기제라는 것도 판에 박힌 듯 뻔하면 사회 생활이 어렵습니다. 저자가 창립한 회사 이름은 non-obvious company인데, 일단 뻔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주목받을 자격이 있다는 발상입니다.
이 귀여운 책에서 제가 재미있게 본 건, 책 맨뒤에 몰아 놓은 "뻔하지 않은 주석"이었습니다. 대개 책의 미주는 참고문헌, 인용구의 출처를 모아 둡니다. "아니, 뭘 어떻게 했기에 심지어 주석까지도 뻔하지 않다는 거지?" 우선 이 책의 주석은 도서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인터넷 문서의 URL로도 출처를 일일이 표시해 줍니다. 그런데 책에서 URL 출처를 대는 관행은 적어도 대략 십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물론 인터넷 문서는 자주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므로 따로 아카이브되어 있지 않다면 매우 불안정합니다. 여튼 이 책의 주석이 뻔하지 않다는 건, 책이건 인터넷 문서건 일반 유저들이 쉽게 접하지는 않던 컨텐츠를 참조시켜 준다는 의미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무리 회사에서 일 잘 한다고 칭찬이 자자해도, 어느 시점부터는 타성에 젖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하루의 시작을 달리해 보라(p60)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밤낮을 바꾸거나 할 수는 없고, 루틴에 변화를 주라는 뜻입니다. 의외로 강박적으로 믹스커피 한 잔을 꼬박꼬박 챙기는 이들이 많은데, 커피 아니라 (건강에도 덜 해로운) 홍차 등으로 하루를 연다고 해도 큰일 나는 건 아닙니다. "꼭 이럴 필요가 없었네!"를 내 자신에게 알려 주면, 이 메시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내가 정신의 리듬을 바꿉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감각은 여기서 다른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영어에 rebuttal이란 말이 있습니다. "받아친다"는 뜻인데, 표현이 재치있기까지 하다면 repartee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p41에서 prebuttal이란 말을 꺼냅니다. 이건 원래 영어에 없던 말이고 일종의 신조어입니다. 상대가 아직 나더러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저치가 나를 이렇게 보겠거니 짐작하고 선수를 쳐서 쏘아붙이는 걸 말합니다. 물론 사회생활에서 때로는 이렇게 해 줘야할 필요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개 이런 행동은 괜한 자격지심, 자존감 부족, 피해의식 등의 산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게 습관이 되면 인간관계가 원활히 만들어질 리 없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폐단보다는, "프리버털이 습관이 되면 당신 자신의 시야가 좁아진다"고 합니다. 아이디어 생산에 해로운 루틴은 모두 디톡스하라는 이 책의 주제에 잘 맞습니다.
"의도적으로 뺄셈을 거듭해 보라(p146)." 회의를 할 때도 최소 인원으로 최소 장비로 홀가분하게 해 보라고 합니다. 이 페이지에서 저자가 인용하는 생떽쥐페리는 "인생에 있어 진정한 행복은, 더할 게 없을 때가 아니라 뺄 게 없을 때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참 맞는 말입니다. 이 말의 진짜 뜻은, 가족들끼리 휴일에 집이나 휴가처에서 오순도순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혹은 아무말도 없이 따뜻한 온기를 공유할 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작업 환경을 풀옵션으로 세팅할 생각만 하지 말고(대개는 허영심입니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차리고서 머리를 비울 때 진짜 아이디어가 찾아옵니다.
플랜B가 없이 사는 사람은 무모합니다. 아무리 능력, 자신이 있어도 사람 사는 세상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끼어들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두 대안을 놓고 보다 나은 선택지를 고르며, 정 안 될 때에는 기존의 차선책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p167을 보면, 플랜C를 마련하는 습관을 들여 보라고 합니다. 가뜩이나 아이디어 스로틀이 뻑뻑한데 무슨 C 타령이냐? 이 플랜 C라는 건 제3자 시야에서 사태를, 상황을 보는 습관에서 잘 나올 수 있다고 하네요.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타인과 관계를 원만히 가지고 내 안에 그가 들어올 공간을 넓히라는 점입니다. 왜? 내 아이디어의 풀(pool)을 더 넓히고, 더 신선히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관계 개선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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