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썸 타기: 슈퍼달러 슈퍼리치
빙혈 2025/05/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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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달러 슈퍼리치
- 변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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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 - 2025-04-11
: 740
주식이나 채권 시장의 규모보다 훨씬 큰 게 외환 시장의 스케일입니다. 자본의 큰손이라는 게 그만큼 외환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 든다는 건데, 작년 11월부터 해서 한국 원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큰 우려를 낳았고, 이제는 1400원대를 뉴노멀로 봐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신 정부가 갓 들어서서 여러 정책의 혼선(의도든 아니든)을 빚는 중이므로 더 상황을 주시해 봐야 합니다. 여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미들도 "외환 변동성으로 수익(또는 손해)을 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환율의 파고를 타고 영리하게 주식, 채권을 갖고 노는 방법을 새로 배울 때라고 하겠습니다.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연합뉴스 산하의 경제 전문 케이블채널인데, 다른 채널에는 잘 안 나오는 고위 임원, 권위자들이 가끔 출연하므로 개인적으로 휴일에 고정으로 재방송이라도 챙겨 보는 편입니다. 저자 변정규 전무님은 아주 자주 나오는 패널은 아닌데, 그만큼 드문 기회라서 더 집중해서 시청하곤 했습니다. 지금 이 책은 2년 전, 코로나 위기가 가라앉아 갈 무렵에 처음 출간되었고 이번에 개정된 것입니다. 그때에도, 코로나 때 풀린 돈을 회수하느라 파월 의장이 금리를 급격히 올렸고, 덩달아 원홧값 환율도 올라(달러 가치가 급상승했으니) 위기론이 돌기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금 트럼프가 욕 먹는 만큼이나 엄청난 원성을 들었고 주식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과연 환율 공부할 때가 맞기는 합니다.
p109를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외환 시장 규모"라는 말이 나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일상에서 달러나 옌, 유로를 구경할 일도 별로 없습니다. 여행을 간다 해도 카드(비자나 마스터 제휴)나 유로패스 같은 걸 미리 준비해 가니 말입니다. 상경계를 졸업하고 은행 같은 데 취업을 해 봐야 아 그런 세상이 있구나 하고 눈치를 좀 채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큰손, 제도권 금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1997년 한국 외환 위기에서 큰 이익을 본 조지 소로스 같은 이들이 주로 하는 게임의 필드가 바로 외환 시장입니다. 메이저 시장은 24시간 돌아가는데, 제가 이 이야기를 지인한테 해 주니까 "마치 코인 같네"라고 대번에 반응이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사실은 외환 시장이 코인 같은 게 아니라 코인이 (훨씬 먼저 나온) 외환 시장을 따라한 것입니다. 이제 한국도 짧게 나이트 거래 타임이 열렸으니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초판을 읽고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변정규 전무님의 이 책은 일러스트, 도판이 많아서 경제 서적(대중서)이라는 무거운 인상이 거의 없습니다. 마치 중고등학생 독자라도 배려하는 듯 어투도 친절하고 설명이 쉬워서 우리 주린이 경린이 환린이 독자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챕터 말미에 가면 묵직한 이론 정리가 깔끔하게 차트, 표와 함께 등장하여, 실무뿐 아니라 이론적 배경까지 탄탄한 엘리트로서의 저자 면모가 드러납니다. 변정규 전무님은 소속 하우스가 미즈호 은행인데, 미즈호는 (요즘은 히라가나나 아예 로마자로만 표기하는 게 일본에서도 대세이긴 한데) 한자로 瑞穗(서수)라고 씁니다. 훈독하면 저게 일본을 가리키는 미칭이죠. 한국을 청구, 밝달(=배달. '배달의 민족'이라고 할 때 그뜻) 등으로 부르듯 말이죠.
모든 거래는 무엇인가를 주고 받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거래소를 그냥 exchang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외환은 특히 일정 비율에 따라 특정국 간의 통화를 교환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두 통화의 페어(pair)가 맞아야만 하는데, p119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거래가 많은 통화페어는 유로-달러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G2니 뭐니 해도 돈들의 게임, 저기 천룡인들의 세상에서는 아직 저렇게 백인들이 주도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p134를 보면 SWIFT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3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갔을 때 바이든이 러시아를 이 국제결제시스템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때 관측자들은 당장은 러시아가 힘들겠지만 오히려 대체 결제 체제가 생겨 궁극적으로는 달러 패권이 약화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SWIFT에 어떤 위상 약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데, 작년 10월 카잔의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푸틴은 주머니에서 새 지폐를 꺼내들고 브릭스 통화를 만들자고도 했지만 중국이 위안화를 지키는 이상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겉으로 보이는 만큼 그렇게 친하지 않으며 오히려 앙숙에 가깝습니다.
모든 금융거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헷징하는 의도에서 비롯하고, 새로운 상품이 설계, 고안되는 것입니다. p236 이하에는 스왑이 설명되는데, 한국인들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른바 통화스왑이라는 조치로 여러 번 고비를 넘겼기에 이 용어가 익숙합니다. 통화스왑은 이 책에 나오듯이 자산스왑, 부채스왑 등의 유형이 있습니다. 회계 원리에 익숙하다면, 자산스왑이라는 게 있다면 부채스왑 포맷도 얼마든지 있겠음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한 페이지를 넘겨 보면,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는 거의 언제나 환 헷징이 필요한데, 이걸 바이앤셀이라고도 한다고 저자는 말씀합니다. 전 처음에 저게 왜 저런 이름인지 몰랐는데, 책을 읽고 보니 너무 쉽게 이해되어서 약간 허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요즘은 동네 아줌마들은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아파트 주식 카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제롬 파월이 어떻고 재닛 옐런이 어떻고 글로벌하게 대화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호키시 도비시 같은 영어가 뭐 일상언어처럼 되어 버렸는데, 대화의 맥락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대충 무슨 뜻인지야 알지만 그래도 체계 속에서 정확히 이해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p402 같은 곳을 보면 연준 매파와 비둘기파의 스탠스 차이가 표로 정리되었는데, 뭔가 비주얼적으로도 깔끔해서 한눈에 바로 이해가 됩니다. p359를 보면 세상에 홍콩 같은 나라(라기보다 경제구역)가 어떻게 고정환율제를 운용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나오는데 그간 아리송하던 게 단박에 해결되었습니다.
환린이들에게 너무도 쉽고 친절힌 기본서이지만 의외로 깊이 있는 설명도 많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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