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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매슈 워커
  • 20,700원 (10%1,150)
  • 2019-02-25
  • : 13,045
"sleep diplomat". 이 책 저자 매슈 워커 교수의 별명입니다. 현존하는 최고 권위의 신경과학자이자 방송 셀럽이며, 독자인 저도 미 공영라디오 NPR에 이분이 출연하여 쉽고 명쾌한 표현으로 "잠"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는 걸 듣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현대인은 많은 경우,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고생하곤 합니다. 현대인의 생활 패턴 중 뭔가 숙면에 방해를 주는 치명적인 루틴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 책에서 저자는 잠의 본질이 무엇이며, 평소에 어떻게 습관을 바꿔야 양질의 수면을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을지를 매우 실용적으로 독자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문충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독자인 저는 18년 전에 앤드루 파커 박사가 쓴 <눈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개별 생명체들(우리를 포함)이 그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세상을 인식하지만, 실제로 자외선, 적외선, 20000Hz 이상의 주파수 음향 모두가 어우러진 세계는 또 어떤 모습일지 모릅니다. p96에서 저자는 진화 과정에서 어떤 목적, 즉 시지각(視知覺. visual perception)을 위해 눈이 생긴 것처럼, 렘 수면 역시 개체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사적으로 만들어내었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눈만큼이나 잠이 중요하다고 발언하는 것입니다.

뇌는 정보를, 단기 저장 장소에서 장기 창고로 옮깁니다. 이렇게 해야지 라고 의식하지 않아도 뇌가 자동으로 그런 작업을 행하는 건 정말 놀라우며, 더 놀라운 건 그처럼이나 놀라운 기능을 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뇌로 그런 점을 모르고 여태 살아왔다는 점입니다. 장기 기억, 단기 기억이라는 걸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의식해 본 적 있나요? 학교나 인터넷에서, 혹은 독서를 통해 배우기 전에 말입니다. p186에서 저자는 자신의 실험에서, 운동 기억은 (사실과는 달리) 의식 아래로부터, 작동하는 뇌 회로 전체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 피아니스트의 경우, 처음 연습할 때 아무리 반복해도 안 되던 것을, 하룻밤 푹 자고 나니 거짓말처럼 다음날 완벽하게 되었던 경험을 저자에게 이야기합니다. 성공적인 수면은 수백 회의 연습을 능가하는 효과를 내었다는 거죠.

p266을 보면 natural killer cell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가 들려 줍니다. 이 NK 세포에 대해서는, 요즘 한국인들도 워낙 건강에 관심이 많고 건기식을 자주 섭취하며, 심지어 TV 광고에서도 일상용어처럼 나올 정도이니 그 이름만은 익숙할 것입니다. 요약하면, 잠을 잘 때 이 NK세포, 천연 항암제가 생성되는데, 청년들의 경우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수면을 줄이면 NK 세포가 70%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잠 잘 자는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도 줄어든다는 뜻이 되죠. 

월남전 이래 미국 의학계는 이른바 PTSD에 대해 많은 연구를 이뤄 왔습니다. 꼭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아니라도, 극한 환경에서 비일상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들은 누구라도 이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습니다. p304 이하에서 저자는 렘 수면의 질이 개선되었을 때(저자는 회복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씁니다) 이 PTSD마저도 환자들 사이에서 뚜렷한 극복 조짐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환자들이 벅찬 어조로 "선생님! 나아진 것 같아요!"를 말했을 때 의사로서 학자로서 그가 느끼는 긍지와 성취감도 책에 잘 드러납니다. 이 분야 또다른 권위자 머리 래스킨드를 만났을 때의 일화도 책에 유머러스하게 서술됩니다.

의예과 대학생이 아니라도 somnambulism이라는 단어를 구경은 해 봤을 것입니다. "잠"이라는 어근 somn-와, "걸어다니다"는 뜻의 ambul-이 결합한, 어원 중심 영단어 공부의 아주 전형적인 예이기 때문입니다. p338에 잘 나오듯 몽유병(夢遊病. 수면보행증)은 아직 그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질환 중 하나입니다. 이 페이지에서 설명되는 대로 해당 질환은 비(非)렘수면의 가장 깊은 단계, 그리고 꿈꾸지 않는 렘 수면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비렘수면이 지하실, 각성(覺醒. awakening)이 펜트하우스라면(저자의 비유입니다), 갑자기 신경이 전기 충격으로 깨어나면서 뇌가 지하와 펜트하우스 사이에 갇혀버린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잠은 기본적으로 뇌의 기능이며, 이 뇌의 건강한 풀가동에 렘수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 세계 최고 두뇌의 권위자가 베푸는 설명과 비유의 향연으로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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