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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홍콩백끼
  • 손민호.백종현
  • 22,500원 (10%1,250)
  • 2025-04-15
  • : 770
"미식의 도시 홍콩에서 맛보는 100끼 여정!" 크~ 사람에게는 역시 먹는 낙이 있어야, 살아야 할 이유가 매번 생성됩니다. 물론 당뇨가 있다거나 한 분들은 칼 같은 의지로 조심하셔야 하겠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은 역시 혀 끝에서 느끼는 쾌감이 있어야 뇌도 활성화하고 스트레스 대미지 누적도 리셋되는 듯합니다. 당뇨 있으신 분들이라 해도 이 책의 레시피를 조심스럽게 보면, 본인에게 잘 맞는 음식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 기름진 중식을 다룬 책 중에 피해서 갈 길이 어디 있겠나 싶어도, 엄밀히 말해 중식과 홍콩 미식은 각각의 결이 제법 다릅니다.

(*북유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04를 보면 "차찬텡"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챕터가 시작됩니다. 차찬텡은 茶餐廳(차찬청)을 광둥식으로 읽은 건데(보통화라면 차좐팅이었겠죠), 저자의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홍콩에는 집밥이라는 게 없고 모든 음식을 밖에 나와서 사먹어야 한답니다(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 이유가,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싸다 보니 집에 부엌을 둘 수 없고, 이 차찬텡이라는 업소에 들러서 사 먹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홍콩의 살인적인 렌트 수준이야 우리 모두가 알지만, 차찬텡 유형의 영업 번성에 그런 배경이 깔렸다니 뭔가 덩달아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차찬텡 고유의 풍미 발전은 사회 구조 모순의 부작용인 셈입니다. 다행히 모든 메뉴가 60 홍콩달러를 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역시 면 하면 세계 양대 산맥이 이탈리아의 파스타, 그리고 중식의 모든 면류입니다. 그런데 p159에서 저자들은 "차원이 다른 면 요리"로써 이 홍콩 고유의 메뉴들을 꼽습니다. 이 책에서는, 밥상에서 국수가 밥을 이기는 유일한 나라(지역)가 홍콩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한국에서) 순대를 시켜도 기호에 따라 돼지 간을 뺄 수도 있는데(반대로 더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홍콩에는 라면에다가 이 돼지 간을 얹어 먹는 猪潤麵(저연면)이 있다고 합니다. 홍콩에서는 쭈연민이라 발음하나 봅니다. 한국에서도 수원처럼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우육면(牛肉麵)이라는 걸 만들어 파는데, 저자들은 "홍콩의 우육면은 이름도 맛도 모두 달랐다"고 합니다. 牛腩麵(우남면)이라고 쓰는데, 저 "남"이라는 글자가 예스24 같은 데서는 구현 안 될 수 있어서 잠시 설명하자면, 고기 육(달월) 변에 남녘 남 자를 씁니다. 腩이 양지라는 뜻입니다.

p211을 보면 저자들은 "홍콩 음식 하면 딤섬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막상 홍콩에 가 보니 훠궈의 도시라고 할 만했다."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수원 같은 데 가 보면 사방팔방이 훠궈집이라서 아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한자로는 火鍋(화과)라고 쓰는데, 음식점 간판에는 火锅라고 간체자로들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들은 재미있는 말씀을 합니다. "훠궈의 뿌리는 홍콩이 아니고 심지어 광둥 요리도 아니다. 쓰촨이다." 사천성은 한국인들이 너무도 사랑하는 명대 소설가 나관중의 <삼국연의> 등에서 나오듯 유비의 촉나라가 자리했던 서북의 먼 변방입니다. 그런데 수원역 같은 데를 가 보면, 어떤 사천요리 특선 가게가 辣妹子라는 간판을 달고도 있죠. 사실 랄매자(라메이즈)는 후난[湖南]성 여성을 주로 가리키는 말이지만 뭐 사장님이 지가 스스로 라메이즈라는데 남이 시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라탕이라고 할 때에도 한국식으로는 가운데 글자를 랄(辣)이라고 읽어야 원래는 맞습니다.

p322 이하에서는 로가닉이라는 레스토랑이 소개되는데 사이먼 로건이 홍콩에 직접 오픈한 곳이라고 나옵니다. 책에도 설명이 있듯이 자신의 이름 로건에다가 오가닉(organic. 유기농)을 합성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름하여 지속가능한 미식을 표방한다는데 솔직히 저는 심드렁한 느낌입니다. 여튼 이 책에서는 해당 레스토랑을 비중 있게 소개하기 때문에 독자인 저도 저자들의 태도에 따릅니다. 재료를 보니 감자는 윈난[云南], 가리비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공수해 온다고 합니다. 명품 식당답게 글로벌리 리소스풀합니다. 윈난 성은 정체자로는 雲南이라 쓰지만 책처럼 저렇게 표기하는 건 간체자죠.

요즘은 특히 여성들이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뷰(view)가 좋은 업소를 또 선호합니다. p460 이하에서는 유카 드 락(yucca de lac)을 소개하는데, 빅토리아 피크의 라이언스 전망대에 위치했으므로 뷰 관련해서는 최고로 꼽힙니다. 유카는 용설란의 일종으로 식물 키우는 분들이라면 알 수 있는 나무이고 lac은 프랑스어로 호수, 영어의 lake입니다. 한자로는 雍雅山房이라 쓰는데 두 이름 사이에 특별한 관계는 없습니다.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사를 잘 간파한 우아하고 영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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