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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휘슬링
  • 이상권
  • 12,600원 (10%700)
  • 2025-03-28
  • : 130
어린이들, 청소년들의 공동체인 학교도 일종의 사회입니다. 인간의 본성, 즉 질투심, 승부욕 등이 폭력이나 계략, 유치한 시비 등으로 표현되는데 따지고 보면 어른들과 별로 다를 바도 없습니다. 청소년답게 바르고 순수하게 자라 줬으면 하는 마음 역시도 어른들의 일방적인 바람일 뿐이며, 결국은 각자가 부딪히는 문제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도를 넘으면 어른들이 개입해야 하겠으나).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미주 같은 애는 어디서건 눈에 띌 법합니다. 180cm이 넘는 키, 100kg가 넘는 체중(p15)이라는데 남자도 이런 피지컬이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얼굴이 꽤 예쁘다는데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오듯이 매우 기이한 조합이긴 합니다. 글로만 봐선 대강 누구하고 비슷할지 상상이 잘 안 되는데, 이 학교에서 안민수라는 아주 악질인 녀석에게 피해를 (결국) 겪게 된 건, 주인공 강수채 건이 꼭 아니라고 해도 이런 특징적인 외모가 한몫했을 것입니다. 물론 놈의 잘못이지, 미주가 남의 시선을 끈 탓이라는 게 아닙니다.

피지컬이 이렇게 좋으니 미주가 남자애들을 때리고 다녔다는 헛소문이 도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어른들도 생각없이 말을 옮기는 등 얼마나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까. 애들이야 못난 어른을 보고 따라하는 거지 애들을 나무랄 일도 아닙니다. p14를 보면 덤덤이(작명 과정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집 상량식(?) 과정이 나오는데, 아이들다운 모습이라고 우리 어른들이 기대하는 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남달리 사납지도 않고 묵묵하게 개체의 생리 작용만 이어가는 착한 강아지. 그런 강아지를 둘러싸고 으쌰으쌰 해 주며 마치 자신들을 동일시하듯 집단 돌봄을 베푸는 아이들. 글로만 읽어도 아주 흐뭇합니다.

우스운 건, 예를 들어 p51 같은 데 나오는 장면입니다. 덤덤이는 목에 줄이 걸려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슬픈지 사료를 줘도 먹지 않습니다. 그러자 강시언(수채 아빠)가 "너를 믿지 못하고 묶어서 미안해."라며 덤덤이의 줄을 풀어 줍니다. "덤덤이는 몇 번이고 고맙다고 소리치더니..." 과연 강아지가 어쨌길래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요? 아무튼, 고마운 줄도 알다니 개가 사람보다 낫습니다. p68, p105에는 한숨이라는 생리작용에 대해 좀 특이한 설명이 있습니다. 두 번 다 수채 엄마인 김소두가 쉬는 한숨인데 이유가 조금은 다릅니다. 한 번은 여자인 미주 때문에, 한 번은 무진이 때문인데 딸 키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너희 보더콜리 종은 다른 종과는 짝짓기를 안하지?(p102)" 그렇다고 하죠. 원래는 사과와 수박이가 어울려야 하는데(같은 보더콜리니까), 그러지 않고 스타와 사과가 친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셈이지만 이 역시도 개체의 감정과 마음이 그리 향하는 걸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일단 애를 배고 난 사과는 더 이상 스타를 반갑게 맞지 않고 시무룩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처방을 받아 입으로, 사산한 태아를 토해 내는 방법이 있는지는 저는 이 소설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몸 안에서 생명이 죽어간다는 걸 깨닫고 사과는 마음이 그리 울적해졌겠지요. 개들의 휘파람이라는 게 이 대목에서 좀 슬프게 묘사되는데 이 책의 제목이 뜻하는 바도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숲은 개들에게 해방구다. 학교도 애들에게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p130)" 전남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님의 이 문장 첫 구절까지만 읽어도 뒤의 말이 무슨 소리가 따라나올지 훤히 짐작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스타가 저 모습이 되고, 덤덤이도 전신마취 수술만 세 번을 한 그 엄청난 일이 터지고 나서, 민수와 배 교수가 찾아와 사과까지 하지만 강수채의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사실 어른이 들어도 소름이 끼칠 만한 무서운 사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도, 자연도 그렇게그렇게 피투성이의 사건과 비극을 거쳐 가며 어떻게든 자기 리듬에 맞춰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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