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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알마, 너의 별은
  • 하은경
  • 13,050원 (10%720)
  • 2025-01-27
  • : 205
하은경 작가님이 간만에 쓴 청소년 SF물입니다. 비록 배경은 우리 은하 전체에 걸쳐 다른 행성들을 넘나드는 범위지만, 독자인 저는 개인적으로, 근래 들어 국경과 문명 사이에 높고 험한 장벽을 쌓아올리는 미국이란 나라의 고립주의, 폐쇄주의가 바로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힘들게 국경을 넘어온 엄마한테서 아이을 뺏고, 간신히 호구지책을 마련한 노동자에게 불법이민자의 낙인을 찍으며 쫓아내고, 심지어는 범죄자의 누명을 씌우기까지 합니다. 1923년 일본의 간토 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민심이 흉흉해지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며 집단 광기, 살인을 부추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어지러운 세상에서 소수자와 이방인은 가장 손쉬운 희생양이 되기 마련이죠.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영미법에서 쓰는 용어 중에 alien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방인, 외국인이라는 뜻도 되지만(한국인들은 어느 SF 프랜차이즈의 영향으로, 입에서 강산성액을 내뿜는 우주 괴물을 바로 떠올리겠죠) 대개는 불법체류자를 가리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격인 알마는 실제 다른 별(아르파라)에서 오기도 한 처지이며, 원 거주자들에게 핍박받는다는 이유에서도 alien이 맞습니다. alien이라면 품은 꿈도 박탈당해야 할까요? 알마처럼 나이가 어린 영혼에게 일어난 곤란이고 비극이어서 지켜보기가 더욱 가슴 아픕니다. 다른 행성에서 온 알마에게 살인 혐의가 던져지자 친구 김윤설은 크게 분노합니다. "어떻게, 잘 알아 보지도 않고...?" 

돌아가신(마약범과의 총격전 중 사망. p95) 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경찰직을 젊은 나이에 지원하는 젊은이. 현실에서나 픽션 속에서나 자주 우리들이 접하며 이 소설에서도 강시오가 그런 역할입니다. 그를 바라보는 서 국장, 생전에 강시오의 부친과 둘도없는 친구이기도 했고 살벌한 치안 유지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서로를 의존했던 직장 동료였습니다. 서 국장은 강시오를 무척 아끼지만,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 사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인내가 부족한 걸 안타깝게도 여깁니다. 

한편, 알마한테 살해당했다고 의심되었던 희생자는 젊은 클론이었는데 이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박영모(p33)라는 사람은 클론을 만들어낸 장본인인데, 미래 사회에서 클론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으나 전혀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들이며 이 참상을 만들어낸 박영모가 큰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여튼 이래서 클론 인권운동가(p65)라는 직분까지 생겼을 정도죠. 

한편, 도심 한복판에서 외계인들을 추방하라는 혐오 시위(p45)가 자주 벌어지고, 이는 발크란 행성 같은 타지에서 지구인들이 잔혹하게 처분된 실제 사례 때문에 더 큰 동력을 얻습니다. 발크란 같은 강력한, 불의한 타자(他者)의 존재가 사회의 극우화를 더욱 부추기게 마련이죠. 전아린 센터장도 지구인인 이상 혐오 시위대의 주장에 전혀 귀를 닫을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지성인으로서의 양심이 우선입니다.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도 언제나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입니다. 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일까요? 자기 나라에 없는 자원이 묻혔거나, 그 자원을 손쉽게 가공할 수 있어서입니다. p92에서 서 국장은 강시오의 부친이 왜 죽었는지 그 진상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암브로시오라는 쌍떡잎식물이 마약의 원료로 쓰이고, 미나바르 행성인들과 잘못 엮여 결국 그런 사고가 터졌음을 알고 시오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한편 타르칸 제국은 은하를 지배하는, 매우 폭력적인 성향의 집단인데, 알마는 그들의 강요로 인해 자신이 추구하지 않는 방향성을 무용에 표현할 처지에 몰립니다. 마치 박 정권 하에서 대통령 찬가 작곡을 강요받았다는 신중현의 예도 생각나게 되네요.   

이 소설에서 스마트링크(p17, p141 등)라는 인프라가, 마치 우리들이 쓰는 인터넷이나 인트라넷처럼 소설에 자주 등장합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의 거친 욕망이나 불의한 충동은 미래에도 전혀 변하지 않아 씁슬하지만, 시오의 정의롭고 예리한 지성은 사건의 진상을 백일하에 드러내기 위해 쉬지 않고 목표룰 향해 나아갑니다. 마지막에 전혀 예상치 않았던 반전이 있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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