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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외국인도 좋아하는 비건 한식 대백과
  • 조앤 리 몰리나로
  • 26,100원 (10%1,450)
  • 2025-02-07
  • : 580
똑똑한 역사신문 시리즈 너무 좋아합니다. 어린 학생들도 좋아하고, 어른이 읽어도 유익하며 꽤나 심도 있는 지식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시야까지, 어린 독자들에게 그리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차분하게 전달합니다.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어렵게 가르치면 어린 독자들에게는 그라 효율적인 독서가 되지 못하는데, 이 책은 "신문 기사"의 형식을 빌려 전달하기 때문에 역사도 재미있게 배우고, 더불어 "신문"이 어떤 매체인지도 함께 공부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커서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경제, 문화, 정치 등을 이해할 운명이기 때문에, 신문이 무엇인지도 알아야만 합니다. 일부 유튜브 채널처럼 편향적인 통로로만 뭘 배워 버릇하면 커서도 그 정도 그릇으로밖에 못 큽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국인들이 원래부터 풍류를 좋아한다는 건 중국의 유물 양직공도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남북조 시대 양 무제에 조공 온 각국 사신들 차림을 보면, 백제의 차림은 호사가 극에 달했고 신라의 사신은 세련되고 유니섹스하며 힙합니다. 반면 왜에서 온 자의 몰골을 보면 이게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책 p53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삼국시대부터 얼마나 멋을 부리며 살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컬러 도판과 함께 나옵니다. "백제 사람들은 키가 크고 깨끗하다" 등이 중국 사서에도 나오는 기록이라고 합니다. 신라 흥덕왕(이 사람은 통일신라, 혹은 남북국 시대 군주입니다)은 사치 금지 풍조를 경계하여 특별한  명령을 내렸으나 역효과만 났는데, 신분제 강화라는 부작용은 이때뿐 아니라 어느 시대에도 빚어진 바 있습니다. 

"무덤 속 그림에는 죽음이 아닌 삶이 있었습니다(p33)." 참 멋진 말입니다. 무덤 자체야 죽음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 부장품으로 묻힌 물품들은,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열렬히 삶을 사랑한 이들이었는지를 여실하게 증명합니다. 책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해 설명하는데 사신도, 무용도, 수렵도 등은 사실 알고 보면 정말 흥미롭게 읽히는 제품들입니다. 이런 멋진 작품들이 무덤 안에 들어가니, 죽음의 귀신이 스멀스멀 들어왔다가도 그 생의 기운에 눌려 화들짝 도망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에는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단어가 있을까봐 좀 어려운 말들에는 일일이 설명을 달아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변진(弁辰)은 변한의 다른 말이라고 나옵니다. 어떤 분들은 변진=변한+진한 아니냐고 하는데 아닙니다. 이는 사서의 용례를 따른 것이지 현대인이 편의대로 부르는 게 아니므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한(韓)이 고대 국가 진(辰)과 통하기도 했으므로 이런 이름도 가능합니다. 

불교는 신라에만 있었을까?(p79)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워낙 불교가 신라에서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웠으므로, 또 반도 남부를 통일한 게 신라이므로 그런 착시가 생길 뿐입니다. 삼국 모두 불교를 성공적으로 수용하여 동아시아 최고의 문화를 이뤄낸 게 맞습니다. 우리 고대 사회에서는 불교가 들어와야 백성 상하가 두루 화합하고 고급정신문화가 자리할 수 있으며 사람의 인성도 순화됩니다. 책에 보면 일정한 사회적인 필요와 맞물려 불교가 수용되고 널리 확산되었음이 잘 서술되었습니다. 미개한 샤머니즘은 서서히 도태될 수밖에 없었는데 21세기인 지금도 이딴 걸 믿는 이들이 있으니 그저 한심할 뿐입니다. 

이 책은 삼국시대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예쁘게 꾸미고 다녔는지(?)를 책 여러 곳에서 강조하는데, 어떤 문화권이 얼마나 외양을 세련되게 꾸몄냐는 문제가 그 전반적인 문화적 성숙도와 일정 상관관계를 가지므로 이런 태도가 교육적으로도 무난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니,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들이란 그 성향이 비슷하므로 역사에 대해 두루 흥미를 갖게 하는 접근 방식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모피(毛皮)는 매우 귀한 의류재료이며 상품인데 고구려, 발해 등이 이 부문에 있어 특별히 강점을 가졌다고 책에 나옵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문화, 사회, 경제, 과학, 그리고 정치입니다. 순서는 일반 신문과 좀 달라도 신문 역시 이렇게 섹션별로 구분되어 발행됩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문화, 과학 파트가 매우 자세하면서도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서술되었습니다. 역사 과목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지혜의 통로로 작용하려면 개별 말단 지식의 의미없는 나열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이처럼 일정 맥락 하에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읽는 재미까지 잃지 않기 때문에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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