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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와이코프 패턴
  • 데이비드 와이스
  • 18,000원 (10%1,000)
  • 2024-04-26
  • : 2,860
"고전 속에 답이 있다." 데이비드 와이스의 이 책이 미국에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것도 어언 10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발간 당시 이 책이 워낙 인기를 끌었고, 와이코프 패턴에 있어 거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명쾌하게, 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와이코프 기법 자체를 이 저자 데이비드 와이스의 고안물(考案物)로 착각하기도 합니다(공교롭게도 이름까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책에도 나와 있듯, 최초 창안자 리처드 와이코프는 20세기 초에 활약했던 투자가이니 정말 오래전 사람이죠. 이분이 어느 정도 예전 사람이냐 하면, 백범 김구나 이승만보다도 먼저 출생했으며, 아돌프 히틀러가 총통에 취임하기도 전에 사망했습니다. 

죽은 경제학자로부터도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는데, 하물며 투자 아이디어라면 실제 자신의 활동 중에 큰 수익을 올려 보기나 한, 성공적인, 전설적인 투자자로부터 얻으려 드는 게 너무도 당연합니다. 리처드 와이코프의 기법도 물론 이미 당대에 자체 완성도, 효용성을 이미 입증했습니다만, 이 책을 지은 우리 시대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와이스 역시 투자가로서 성공한 분입니다. 와이코프 기법의 빠릿빠릿한 재해석과 응용론도 멋지지만, 책 구석구석에 드러나는 성공적인 현대 투자가의 노련한 인사이트나 시장관에서도 우리 독자들이 배울 바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알렉산더 엘더의 <진입과 청산 전략>을 저는 어제 읽고 리뷰도 썼습니다만, 바로 이 책에 저분이 추천 서문도 적었으니 묘한 우연입니다. 특히 엘더 박사는 와이스 저자의 기법 특징에 대해 가격과 거래량을 동시에 중요시하며 어떤 팩터보다도 집중한다는 말로 요약합니다. 거짓 돌파(false breakout)에 속지 말라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그 가짜 신호는 spring(하방일 때), upthrust(상방일 때)로 나타나는데 와이코프 기법의 핵심은 이 둘을 가려내는 데 있다고까지 정리합니다. 역시 대가, 마스터는 타인의 주장과 체계로부터도 그 가장 본질적인 대목을 잘 추려냅니다. 하지만 우리 독자들 역시, 이 풍성한 소스로부터 자신만의 가르침을 추출하고, 자신만의 부족한 부분을 각자 보완하는 것도 의의가 있겠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기가 강조하고 싶은 패턴의 유효성을 증명하고 싶을 때, 거래소에서 실제 있었던 거래 사례(의 차트)를 듭니다. 이러이러한 패턴이 있다, 이 차트를 봐라, 과연 그대로 가지 않느냐, 이런 식입니다. 차트라는 게 정말 신비하게 느껴질 때가, 리처드 와이코프의 시대에도 이러이러하게 움직였던 특정 패턴이, 한 세기 가까이 흐른 지금의 어느 종목 특정 구간에서도 리바이벌된다고 보일 여지가 있을 때입니다. 물론 차트의 특정 국면을 그렇게 보는 건 하나의 해석일 뿐이지만, 전문가들의 어떤 컨센서스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뤄지는 포인트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p29에서 저자는 와이코프 패턴의 기초부터 설명하기 위해 수요선, 공급선 등을 정의하며 실제 사례(물론 21세기의 차트들입니다)를 들어 줍니다. 사실 리처드 와이코프의 원저나 아티클들을 읽어 보면, 지난세기 특유의 난삽한 영문 스타일이라서 현대 독자가 읽기에 다소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지금처럼 차트가 유려하게 그려지지 못했기 때문에, 데이비드 와이스 같은 (투자자로서뿐 아니라 차티스트로서도) 달인인 인물이 이처럼 새롭게, 현대인의 언어로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 공급이라는 말은 경제학상의 엄밀한 그 용어를 가리키는 건 아니므로, 와이코프 선생의 체계 안에서 그 특유의 감각이랄까 하는 정도만 떠올리면 충분하겠고, 저자 와이스의 설명만 착실하게 따라가면 되겠습니다. 

4장에서 설명하는 바 차트에 대한 설명은, 꼭 와이코프 기법 속에서가 아니라 해도, 주식 하면서 차트라는 것의 일반 속성을 두루 짚는 내용이므로 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태 머리를 싸매가며 차트를 봐 온 투자자라면, 이 챕터 4의 설명을 보고 아 그런 게 있구나 하며 새삼 깨닫기보다는, 여태 두루뭉술하게 머리에서 산만하게 따로 놀던 개념들이 비로소 정돈되는 느낌이 먼저 오지 싶습니다. 특히 챕터 전체를 통해 US스틸의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상황이 차트를 통해 예시되는데, 이 며칠 간의 상황이 (와이스의 박진감 있는 설명 덕분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다가옵니다. 와이코프 패턴도 패턴이지만 차트 하나에서 이처럼 풍성한, 또 적확한 설명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5장, 6장의 스프링, 상방돌출(upthrust)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꽃이라고 하겠습니다. 유니언 퍼시픽의 월간 차트, 또 수십 년 간의 대두 차트를 보여 주며 저자는 우리가 왜 스프링을 스프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헛된 기대를 투영하는지 아주 신랄하게 꼬집는 것 같습니다. 비(非)이성과 탐욕으로 흐려진 눈으로는, 대가가 빤하게 보는 이런저런 시그널이 그저 가짜 꽃밭으로 블러링되기에 마침내 제 발로 벼랑으로 치닫는 비극이 초래됩니다. "이봐! 거긴 상방돌출이라고!" 마음을 바르게 비우면 귀와 눈이 동시에 트입니다.  

와이코프 기법에서 또하나의 고급 단계는 그 유명한 테이프 분석과 이른바 포인트 앤 피겨인데, 책에도 나오지만 특히 포인트 앤 피겨의 경우 와이코프가 매우 즐겨 쓰며 자기화하긴 했어도 빅터 드빌리어스 같은 이의 기여가 컸다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1930년대에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이 기법들이 이제는 여러 달인들의 손을 거쳐 훨씬 쉽고 깔끔해졌으며, 책에서는 "요즘 같은 초단타 매매와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시대에 많이 잊혀진" 처지라고 서술하지만, 이 기법의 전제가 되는 독특한 관점은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현재의 테크닉에 어떤 한계가 느껴지거나 피로감이 밀려 오면, 과거의 천재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얻어 보려는 노력이 꽤나 유익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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