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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시장을 이긴 16인의 승부사에게 배우는 진입과 청산 전...
  • 알렉산더 엘더
  • 35,100원 (10%1,950)
  • 2024-04-19
  • : 1,475
알렉산더 엘더의 이 책이 신선한 충격을 일으키며 세상에 나온지도 벌써 18년이 지났습니다.  출간 당시에도 반즈앤노블 등 유명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올랐으며, CNBC 같은 경제 케이블 채널에서도 자주 언급되었고, 세월이 이만큼 지났는데도 꾸준히 읽히며 거의 고전 대접을 받는 느낌입니다. 영어 원저 제목에는 그런 말이 없긴 하지만, 사실 이 책에 소개된 16인의 대가들에게 "시장을 이긴"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동양 격언에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도 하는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은 곧 하늘입니다. 하늘을 거스르고도(?) 큰 수익을 올리며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에게라면, 적어도 나의 나쁜 투자 습관을 교정할 소중한 교훈은 톡톡히 챙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챕터 2에는 프레드 슈츠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글쎄 요즘은 이 양반이 미디어에 덜 자주 나와서 이름이 주는 임팩트가 덜할지 몰라도, 예전에는 시스템 트레이딩의 대명사 비슷했었습니다. 지금 이 책의 원서 부제를 보면 "visits to 16 trading rooms"인데, 18년 전에는 일반인 입장에서 정말로 트레이딩룸 그 자체가 가장 궁금했던 투자가라면 이분이었습니다. p59에 보면 "컴퓨터가 대신 매매를 해 준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이야 당연한 투자 패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만 당시만 해도 무척 신기하게 다가왔고 프로그램이 매매를 해 주는 동안 내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메리츠로 생각되었습니다. 이 챕터 본연의 주제는 아니지만 가외로 엿볼 수 있었던 게 "펀드 매니저의 고충(p84)"이었습니다. 2006년이면 우리 나라에도 펀드라는 금융상품이 막 대중화하여 아직 신비의 베일이 벗겨지지 않았을 때입니다. 지금은 그 된맛을 보고 아주 피x을 싼 일부 불운한 이들이, 한 county를 이룰 만큼 많겠습니다. 

아주 예전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끈 적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경제학 분야에서는, 정말로 죽은 지 한참된 경제사상이 느닷 리바이벌되어 화끈하게 지금의 상황에서 효능을 발휘하다가 금세 사그라들곤 합니다. 주식 투자는 엄밀히 말해 경제학의 모든 원칙과 속성이 일일이 관철되는 직(直)하위 분야는 아니라고 봐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p64에 나오는 대로 "유용한 트레이드 아이디어 중에는 강산만큼이나 오래된 것도 있"는 법입니다. 투자의 아이디어는 실로 다양하며 특정 이벤트가 야기하는 사태의 플로우는 단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 시장에서 돈 버는 사람들의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챕터4에 나오는 소헤일 랍바니가 파키스탄 제2의 도시 라호르에서 출생하고 학업을 닦을 무렵만 해도 파키스탄이 지금처럼 실패한 국가 신세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그는 훌륭한 부친에게서 좋은 훈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그의 투자 철학을 읽어 보면 뭔가 체계가 잡혔고 일관된 원칙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사실 이런 이지적인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적성에 안 맞아하는 경우가 많던데, 아니나다를까 p121을 보면 한때나마 "환멸을 느꼈고, 바보들이나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그 난장판 속에서도 어떤 질서를 찾으려 애쓰는데, p125를 보면 그의 추종자 중 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이가 "답답한 보합세에 머무는 어떤 종목의 움직임에서 "금융 엔트로피를 발견할 지경"이라는 절박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답은, 보는 사람을 다소 맥빠지게까지 하는 짧고 단호한 것인데, "사전에 손절선을 설정하고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그의 투자 원칙 속에서도, 역시 주식은 심리 싸움임을 재확인(p139)합니다. 

누군가가 주식을 잘하려면 심리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할 때는 그게 진지한 답이라기보다 일종의 반어요 냉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챕터7에 나오는 제럴드 아펠의 경우, 정말로 정신분석학자, 집단치료사 경력을 가진 사람이며, 적어도 저자 알렉산더 엘더의 경우 그와의 인터뷰에서 심리학 베이스 교훈과 원칙을 충분히 이끌어냅니다. 제가 이 책에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16인의 투자 구루도 구루들이지만, 오히려 그들의 투자 원칙들이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명징하게 드러날 만큼, 알렉산더 엘더 자신의 명제화, 법칙화, 구체화 능력이 단연 탁월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는 타 매체나 책을 통해 제럴드 아펠의 입장을 접했을 때는, 그만의 독특한 투자 전략이 무엇인지 명확히 와 닿지 않을 때가 더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p210을 보면 차트로 보는 한 사례에서 아펠이 자신 같으면 이 시점에서 섣불리 공매도 전략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힙니다. 차트가 매우 자세하게 제시된 사례이므로, 독자도 함께 보고 왜 이 상황에서 그가 그같은 말을 하는지 곰곰 생각하며 공부할 거리가 생깁니다. 

주식 잘하는 데 반드시 관련 분야 학위라든가, 특별한 학식이라든가, 수학적 재능이라든가, 시장과 산업의 배경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장기가 있으면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그런 장점은 성공하는 투자에 있어 필요조건도 아니며, 충분조건은 더더욱 아닙니다. 챕터 7에 소개되는 마이클 브렌케의 경우 자신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음을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그래도 타고난 이재(利財), 사업 감각은 아무도 못말리나 봅니다. 그 어린 나이에 LTV를 사서 기어이 수익을 올리고 만 경험담은 20세기 초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어떤 일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p262에서 조용히 토로하는 그의 애호 전술 중 하나는 "때로 아무것도 않고 가만있는 것도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블랙잭 등 도박에서도 스테이(stay)에 고(go) 못지 않게 큰 결단이 필요하듯 말입니다. 

이 책은 특히 옵션 매매에 있어 좋은 시사를 받을 전략이 많이 담겼습니다. 비단 여기뿐이 아니지만, 챕터 10에 집중 소개된 다이앤 버팔린 박사의 경우 본인이 옵션 마니아임을 천진하게 고백합니다. p318에서 그녀는 "욥션 거래는 창의적이고 유연하며 신나는 거래 방식"이라며 특유의 열정을 담아 말합니다. 이 책의 제목부터가 벌써 "진입과 청산"인데, p315 이하를 보면 포지션 진입과 청산에 대한 멋진 사례가 정교한 그래픽과 함께 잘 소개됩니다. 이 두 사례만 봐도 그간 내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 찌릿 하고 깨달음이 올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자 엘더 박사 본인부터가 정연하게 체계화한 투자관을 가진 분이기에, 16 구루를 통헤 이처럼 풍성한 교훈을 하나의 체계적인 투자론으로 잘 구성할 수 있었겠습니다. 17번째 현인인 알렉산더 앨더 박사가 행간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도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미국 주식이 답이다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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