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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마음만은 공중부양
  • 정미령
  • 12,600원 (10%700)
  • 2021-06-17
  • : 82

누구나 하늘을 훨훨 날고 싶지만 중력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또 타고난 인간의 신체가 그걸 허용하지 않기에 그러지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알바트로스죠. 여기서 작가가 말씀코자 하는 건, 나이 마흔을 넘고도 자아실현, 꿈의 이뤄짐, 이런 걸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냐는 겁니다. 그걸 "공중부양"이란 비유로 표현한 거겠죠. 하긴 꿈이란 10대~20대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것만 생각하면 훨훨 하늘을 날듯, 극복 못 할 곤경이 없을 듯 나의 정신적 비상과 부활, 재생, 회복을 돕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는다 해도 여전히 이게 가능할까요.


독자인 저는 카페를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거리를 걸을 때 왜 한국에는 변두리, 부심, 외곽에조차 이렇게 카페가 많은지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수요에 비해 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또 어느 정도는 기본 수요가 있으니까 이처럼 많이들 카페를 차리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분이 말씀하는 건,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 카페뿐(p60)이라는 건데요... 예전에는 업소, 공공장소 등에 갈 때 "혼자이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장소"란 아예 없었습니다. 지금은 한국 사회가 그래도 카페 정도는 예외로 쳐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게도 됩니다. 중요한 건 그런 사회적 허용 여부가 아니라, 간만에 얻은 여유를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위해 알뜰하게 쓸 것인가, 뭐 그것이지 싶습니다. 


구내식당은 그곳(회사, 학교 등)에 적을 둔 사람으로서는 꽤 의미있는 곳입니다. 일단 가격이 싸니 자주 이용하게 되고, 이곳에서 제공해 주는 메뉴, 손맛에 길들여진다는 게 그만큼 그 소속기관에 대한 애착을 더하게도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정말로 조직 자체보다, 구내식당의 다양한 요리 맛을 즐기는 낙에 회사를 다니는지 매일같이 오늘의 식단을 찍어 인터넷에 올립니다. p81에는 "지인이 언제 그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기 때문에 거기 가 봐야 했다"는 작가분의 말이 나옵니다. 매일같이 접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여튼 적이 없어지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이용을 못 하는 겁니다.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혜택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어디 뭐 그것뿐이겠습니까만, 확실히 좋은 기관에 부속한 "구내식당"은 이모저모로 그런 소속감, 자긍심을 약간은 확인을 시켜 줘야 하기에 저런 외부인의 반응이 나올 만하게끔 운영을 합니다. 그래도 작가분은 "프리랜서의 자유"를 다소 희생하는 거라고 애써(?) 평가절하를 합니다. 사실 주는 대로 먹는 건 메뉴가 좋아도 내 자유가 희생되는 게 맞습니다. 


p148의 일러스트에는 "꼭 그렇게 가시 돋친 말을 해야 해?"라고 묻는 남자와, 허리에 손을 얹고 단호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약간의 망설임, 후회 등을 품는 여자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나옵니다. 가시 돋친 말은 상대의 어이없는, 기대이하의, 멍청한, 성의없는, 실망스러운, 몰상식한 언행에 대한 리액션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마음이 다듬이지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자란 가시가 밖으로 솟아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분은 "상대의 상처는 (결국) 내게 다시 꽂는 가시와 같았다"라고 합니다. 


가족에게, 특히 부모님께 친절하지 못했는데 여튼 이게 즉시 생각이라도 나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간 못된 건 "아 그때 더 심하게 받아쳐야 했는데 괜히 참았다"며 밖에다 광고까지 합니다. 이런 작자는 정말 나중에 그 죄를 어떻게 받으려고 이러는 거겠습니까? p190에 나오는 상황은 이런 건 아니고, 나(즉 작가분)에게 좀 친절하게 설명하려 들지를 않으시는 엄마에 대한 서운한 반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작가분은 "내게 그렇게 하고 전화를 끊은 엄마 마음은 편할까?"입니다. 이걸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철이 들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독자인 저는 아직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음을 이 책 이 대목을 읽고 처음 깨달았기 때문에 더 뜨끔했습니다. 


"청소년기와 20대 때는 뭐가 나한테 어울리는지도 모르고 뭐가 예쁜 모습인지도 모르는, 참 어중간한 시기였던 것 같다.(p196)" 물론 안 이런 분도 있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아마 이랬을 겁니다. "나만 알고 싶은 나의 못난 모습"... 이런 건 정말 다른 사람은 모릅니다. 나는 이때의 나를 거쳤기에 이 어색한 표정에 어떤 생각이 담겨 이랬는지 다 아니까 정말 미칠 만큼 부끄럽죠. 그런데 이게 다 긍정이 될 정도까지 가면 사람은 그때서야 정말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p224에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 마음 속에는 또다른 내가 있다." (사진 속) 과거의 나뿐 아니라 현재의 나 역시, 딱 보면 느껴지는 나의 취약점은 그게 나만 아는 것입니다. 이걸 참 어떻게 "숨기고" 다스려야 할까. 그렇다고 무작정 무시하고 남들 앞에선 요란한 쇼만 하자니 미친 X 되는 것 같고... 공황장애라는 게 이런 순간에 오지 않나 싶습니다. "작고 슬퍼 보였다. 안아주고 싶었다." 역시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나인 걸 인정하고, 내가 안아줘야지 누가 대신 해 주겠습니까. 해 준다고 해도 미안하죠. "혼자여도 괜찮고 나대로 산다(p246)." 예전에는 이런 말을 누가 하면 그건 사회부적응자, 실패자의 자백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p98에는 "마흔은 특별한 나이다. (그래서) 모아 놓은 돈은 있니? 나중에 너 혼자 외로워서 어쩌니?(같은 말을 듣는다)"라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질문은 "당연히 결혼은 못한다고 전제를 하고서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이라서 더욱.... 라고 하네요. ㅎㅎ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적어도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싶습니다(물론 그 답을, 상대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그게 답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은 동요 없이 편안하겠으니 말입니다). 


혹 답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면,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 보고 이제부터 나만의 답을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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