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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
  • 김성라
  • 14,400원 (10%800)
  • 2020-05-29
  • : 229

고백하건대, 치유라던가 위로와 관련된 책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책들의 문장은 솜사탕처럼 달콤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혼자’란 느낌만을 강하게 남긴다. 비유하자면, 고민을 말하는 술자리의 모습과 같다. 취기에 힘입어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에는 홀가분함을 느끼지만, 기계적인 끄덕임과 ‘괜찮아. 잘 될 거야.’ 식의 위로를 얻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층 더 공기가 시리게 느껴진다.

질긴 오징어 같은 문장들이 필요하다. 조금 딱딱하더라도 계속 집어 들게 되고 다 먹고 나서도 이 사이사이에 껴서 신경이 쓰이는 오징어처럼, 여러 번 찾아보게 되고 밑줄을 긋게 만들며 책을 덮고도 신경이 쓰이는 문장들 말이다.

‘시’가 그렇지 않을까. 쉽게 이해되고 쉽게 잊히는 문장들과는 달리, 시에 동원된 문장들은 시집을 덮고도 오래오래 남아 힘이 된다.

『마음 시툰:용기 있게, 가볍게』는 관련된 시와 연관성이 있는 만화를 먼저 보여주고, 시를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화를 통해 독자의 정서를 예열하고, 시를 통해 술렁이던 정서에 방점을 찍어주는 셈이다. 만화를 먼저 보았으므로, 시가 읽는 이에게 더욱 잘 스며듦은 물론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을 꼽자면 ‘시와 만화 사이 약간의 어긋남’이라 말하고 싶다. 사실 책을 펼치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단순히 만화가 시의 스토리를 답습하지는 않았을까’였다. 그러하다면 투자된 책장에 비해 전달하는 바가 적으므로, 독자들에게 빈약한 독서를 제공하는 책이 되고 만다.

그러나 『마음 시툰:용기 있게, 가볍게』는 양자 사이에 약간의 어긋남을 두어, 독자들이 만화를 읽은 후 시를 읽고 다시 만화로 되돌아가는 순간을 만든다. 독자들은 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게 되고 시에 대해 좀 더 사유하게 됨으로써, 시를 한층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두 장의 필름을 겹치면 새로운 풍경이 보이듯, 다층적인 독서가 가능한 구성으로 기획된 것이다.

시를 읽다 보면 생각이 필요해서, 혹은 정리가 되지 않아서 잠깐 멈춰 서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마다 손을 포개어준다. 책을 통한 위로를 받고 싶으나 힐링이나 감성적 에세이는 가볍게 느껴지고, 기성의 시집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https://blog.naver.com/rlawlstjr56/22200435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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