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인문강좌 세번째 강좌, 강사는 김민웅 교수다. 오늘은 권정생 선생님이 쓴 『강아지똥과』, 이솝 우화에 나오는 「늑대와 소년」으로 활발한 토론을 했다.
『강아지똥』은 더럽고 냄새 나는 강아지똥이 새, 흙 등에게 무시 당하다가 민들레가 거름이 되어달라는 요구를 하자 비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하찮은 존재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고 해석되어 왔는데 김민웅 교수는 강아지똥이 민들레의 규정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야기 전개를 아쉬워 하였다. 물론 강아지똥이 민들레와 교감을 통해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전개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였던 권정생 선생님은 민들레와 강아지똥의 관계를 기독교적인 ‘부름과 응답’의 관계로 설정한 게 아닌가 싶다. 예수가 어부인 베드로에게 ‘나를 따르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고 했지 ‘나를 따르면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해 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할래?’라고 묻지 않은 것처럼. 신(神)이 떠나 버린 오늘날에 맞게 현대적인 용어로는, 스스로 설정한 내 안의 신이 나에게 명령하는 것을 따른다는 ‘소명의식’ 정도가 될 수 있을 것같다.
그런데 주체적 삶의 가능성과 타인의 나에 대한 인정 중 어느 것이 인간에게 보다 중요한 욕구일까? 공자가 말했듯이-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군자뿐일 것이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이뻐해 주는 사람을 위해 치장을 한다」(士爲知己用, 女爲悅己容)’는 말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살지 못해서 겪는 고통보다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겪는 고통이 더 크지 않을까?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 (이정은, 살림, 2005)는 사람에게 인정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김민웅 교수가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책을 낸 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두명의 사람이 떠 올랐다.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신데렐라는 재투성이다』의 저자 이양호씨와 『마가복음의 기적 이야기』 , 『산상설교 그 사람됨의 가르침』 의 저자 강일상 목사.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옛이야기와 성서 해석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한 책들인데 이양호씨는 자신의 저서 머리말에서 새로운 동화 해석에 대한 영감을 강일상 목사에게서 얻었다고 하였으니 사실은 강일상 목사가 이 분야의 원조라고 해야 할 거 같다. 재미있는 건 김민웅 교수도 목사라는 것인데 성경에 나오는 난해한 이야기들과 상징을 해석하던 사고와 훈련이 동화로까지 확장된 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이양호씨는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이라는 우리 상식에는 아이러니한 제목의 책을 내고 지금은 대안 중고등학교인 다산서원(http://www.dasanseowon.co.kr) 교장을 맡고 있다. 이양호, 김민웅 선생님의 동화책이 그동안 정답이라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 독서대학 르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