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폭풍우 치던 날, 가족이 된 개와 사람의 이야기.
폭풍이는 언제부터 거기 벤치 밑에 혼자 있었을까.
그녀도 혼자다.
개치고 공놀이 싫어하는 개 못 봤는데,
우리의 폭풍이는 그녀가 와서 공을 던지면 무춤 뒤로 물러난다.
던지고 받는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다가도 뒤로 물러나기를 하던 서로, 그녀도 폭풍이에게 와락 다가서지 못하고 뒤돌아선다.
어스름한 저녁에 폭풍이는 그녀를 뒤따라 간다.
그녀는 모르고... 이윽고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는 문 앞에서 쫄딱 비맞은 강아지 꼴로 박스 종이 속으로 겨우 몸을 숨긴다.
그녀가 폭풍이를 안았다.
폭풍우 속 뒤집힌 우산도 필요없고 오직 폭풍이만 찾으면 돼.
폭풍의 언덕에서 망연자실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는데 문 앞의 공을 봤다.
공이다. 폭풍이다.
빗속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둘은 이제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폭풍이가 집으로 들어와 차르르하게 털을 말리고 그녀의 침대 이불에 코를 대고 편히 쉰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둘이 서로 뒤돌아봤기 때문이다.
망설임과 상처로 불쑥 다가가지 못했지만 서로 뒤를 돌아다봐주었기 때문이다.
뒤돌아봄. 다정한 손길.
정말 따뜻했던 그림 장면이었다.
글이 없고 그림만 있는 책.
책을 다 보고 표지를 다시 보면서 글로 쓴다.
폭풍아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고.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돼, 따뜻하게 지내라.
지금까지 폭풍이 서평단에 뽑혀서 받은 책을 읽고 폭풍 감동으로 쓴 소감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