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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실전편
- 이만교
- 21,600원 (10%↓
720) - 2020-06-30
: 665
펜데믹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나는 수입이 없다. 책 한 권의 값을 송금하는데 며칠 동안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에게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자와 수십 명의 습작생들이 함께 만든 이 책의 가치를 고작 이만 몇 천원의 값으로 매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글쓰기는 그 이전의 삶과 달라졌음을 온 몸의 감각으로 알게 되었으니까. 심장이 두근 거렸고, 배를 깔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으며...이런 류의 놀라움을 나는 매 순간 확인한다.
글을 쓰는 직업을 얻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공모를 준비했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꿈꿨고 더 늦기 전에 해 봐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는 꿈을 얻기 위해 돈을 먼저 벌어야 했다. 먹고사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같지 않았으므로 그 간극을 줄이고 싶었다. 체력이 남아있는 날, 몸 상태가 허락하는 날에만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내 몸의 눈치를 보며 공부를 하다보니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공부했을 뿐 최선을 다하는 공부가 아니었으므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지도 몰랐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10년이란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시간 동안 스쳤던 몇 몇 사람이 작가가 되었다. 내가 본선에 오를 때 몇 줄 묘사조차 쓰지 못했던 지인은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내겐 좀 억울한 것 같았다. 운이 없었다고 내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 자위해봤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노력만큼만 결과를 바라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누군가를 향해 따졌다. 이런 못난 마음은 점점 커졌고 그 마음에 갇혀 자신을 괴롭하는데 시간을 썼다. 열등감에 휩싸여 형편없는 인간이라 생각했다. 이런 좁은 마음으로 무슨 공부하고 글을 쓰겠단 말인가. 때려치자 싶었다. 결국 난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걸 피했다. 글쓰는 모임, 즐겨찾던 관련사이트들, 책... 멀어지고보니 나는 열등하지 않은 다시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돈만 벌기로 했다. 책 수십권을 엮어 중고서점에 갔다. 책을 판 돈으로 아메리카노와 조각 케잌을 사먹었다. 글을 쓰지 않아도 매일 아침 커피와 케잌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삶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지 않아 남아 있는 책들이 눈에 걸렸다. 괜히 노트북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차마 버리지도 팔지도 못한..밑줄이 그어져 있던 내 책들.
나는 이 책 1부에서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던 패배감의 근원을 찾았다. 나를 절망시켰던 건 재능이나 운이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의지'니 '재능'이니 '운명' 이니 '노력' 이라는 이 어휘들을 '점화' 로 바꿔버린다. 그렇게 하면 결과를 아직 이뤄내지 못한, 혹은 실패한 누구도 좌절이란 말을 쓸필요가 없어진다. 꿈 앞에, 도전 앞에 패배자는 없다. 우리는 점화만 하면 되는 거다. 나 같은 묵은 습작생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명징한 답이었다. 그러니까 재능이 없어도 운이 따르지 않아도 좌절할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스스로 점화할 자극만 찾으면 되는 것.이 말의 의미를 여러 번 새겨보면 패배감에 갇혀좌절하고 무력했던 내 생각의, 내 태도의 근거가 사라진다. 사실, 이 실전편은 세밀한 문체론에 가깝다. 내가 말하는 부분은 1부 초반 몇 장이고 이후부터는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 완결편인 실전편답게 저자가 꼽는 이미 발표된 글의 잘 된 예문, 좋은 글쓰기의 예, 습작생들의 그렇지 못한 예문 등을 한문장 한문장 제대로 파헤쳐져 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최종점으로 이끈다..
내겐 이 책이 밑줄 한 줄도 선뜻 그을 수 없을 만큼 아깝고 귀하다. 한문장 한문장 읽을 때마다 내 이전의 사고를 전복시켜버리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인생 책, 찐 책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이 설레이는 마음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이렇게 긴 글을 쓰고 다듬고 있다. 이것 또한 달라진 내 모습이다.
이 책을 천천히 다시 읽고 있다. 여러 번 다시 읽고 연습장에 옮겨 쓰고 책상에도 붙여 두었다. 이 책이 한 문장도 빠짐없이 어서 체화되었으면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고작 커피 서너 잔, 케잌 몇 조각의 값으로 나는 희망을 샀다. 그것도 평생 품을 수 있는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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