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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권하는 사회

희망 내성 항생제 <굿바이 슬픔>
그랜저 웨스트버그 지음, 고도원&키와 블란츠 공역, 두리미디어

“슬퍼하라, 하지만 소망이 없는 사람처럼 슬퍼하지는 마라.”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할 슬픈 한해로 기억할 공산이 큰 2008년, 누군가 상처를 보듬어 안아주길 바란다면 곁에 두고 펼쳐 볼만한 책이 나왔다.

그랜저 웨스트버그는 세상사에 지쳐 침잠에 빠진 이들에게 ‘악기가 사람의 몸을 빌려 소리를 내듯 슬픔 또한 내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콕 집어 속삭인다. 신체적 이상을 정신적 측면에서 들여다본 연구자답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큰 슬픔일지라도 기꺼이 받아 안되,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권유한다. 책의 원제처럼 ‘좋은 슬픔’(good grief)으로 승화시키는 길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그의 조언은 매우 구체적이다. ‘충격은 일시적인 현실도피다’, ‘눈물샘이 있고 눈물이 나올 이유가 있다면, 눈물을 흘려라’, ‘신경증적 죄의식은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정신기제일 뿐이다’.

이 책이 여타 자기계발서의 마취효과를 넘어 내성을 키우는 항생제처럼 다가오는 이유는 집요하게 슬픔의 메커니즘을 들추는데 있다. 쉽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대신 슬픔을 넘는 힘은 진지한 현실 인식이라고 요구한다.

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슬픔의 자기정화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정갈한 번역과 편집이 한몫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수만 네티즌의 마음결을 어루만진 고도원 씨의 내공이 책 틈틈이 수묵화풍 삽화와 함께 느껴진다.

‘두려움은 우리를 정신적 공황 상태로 몰아넣기 쉽습니다. 이런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슬픔의 참모습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속임수일 수 있습니다. 당장은 실낱 같아도 주위의 누군가로부터 다시 새로운 날들을 꿈꾸는 계기를 찾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책의 목차는 ‘슬픔이 찾아오고 마침내 사라지는’ 10가지 경로로 구성됐다. 길은 찾는 것이지만 만들기도 한다. 밤이 깊어도 새벽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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