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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권하는 사회

최근 ‘옥션 정보유출’ 등으로 필요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주민등록증은 간첩 색출을 명분으로 지난 1968년 탄생한다.

이를 맨 처음 가진 박정희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100001’, 육영수는 ‘200001’이었다. 번호를 매겨 국민을 관리하는 나라, 거기다 번호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관리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어디 그 뿐이겠나. 세일하듯 베트남 처녀를 ‘구매’하고, 군인이 전의경으로 경찰력에 동원되고, 대학조교는 의레 ‘머슴’으로 인식되는 나라도 찾기 힘들긴 매한가지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쓴 책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삼인)에는 뻔히 알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단편들을 인권의 시각으로 포 뜨듯 저며 낸 65개의 아찔한 풍경이 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처럼 술술 들어온다. 그렇다고 가볍지 않다. 지난해 폐쇄된 박종철 고문치사의 현장 남영동 대공분실과 같은 시설이 여전히 전국에 43곳이나 남아있다거나, 이탈리아보다 7.8배 많은 국립정신병원 입원일수로 오히려 정신병을 만드는 실태 등 수십년 현장 경험에서 나온, 가볍긴 커녕 묵중한 지적들이 읽는 동안 미간을 근질거리게 만든다.


“글을 쓰는 동안 10대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하는 오 국장의 말처럼 이 책은 쉽게 던질 수 있는 사회비판보다 책에서 밝힌 것처럼 ‘발 딛고 사는 이 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더 가까이 서있다. 뒤로 갈수록 ‘강도’가 약해지는 모습도 보이지만 머리글에서 이미 후속 <십중팔구 한국에만 없는!>을 예고한 터다. 오창익식 세상보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는 긴장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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