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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 누가 잘 헤어지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 남찬숙
  • 13,500원 (10%750)
  • 2026-09-30
  • : 330
아이들의 세계는 매우 복잡하다. '애들이 뭘 알겠어?' "애들이 그럴 수 있다고?' '애들이니까..' 같은 말로 퉁치고 넘어가기엔 무리가 있다. 아니 무리 정도가 아니라 이건 무시에 가깝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관계를 가르치려 한다.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아이가 있고 상처를 주는 아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과를 하라고 용서를 하라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관계에 자신의 득실을 끼워 넣는 계산도 보탠다.

좋은 아이가 좋은 관계를 맺는 건 당연한 일 일까? 좋은 아이일수록 나쁜 관계에 메이기 쉽다. 참고 견디고 친구가 상처받을까봐 내가 상처받는 것을 감수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면 아이는 세상이 얼마나 비정하게 각인될 것인가.
무례함을 영민하거나 높은 자존감 인 것처럼 포장한것도 어른들이다. 할말은 해야 하는게 맞다. 그 말이 끌고 올 반향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폭력이 되고 만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말로 전해지는 폭력과 우월감이 불러오는 상처는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다.

책을 읽는 동안 한 아이가 떠올랐다.
겁이 많은 아이였는데 싫은 친구가 자꾸 친한 척 해서 힘들다고 수업 중에 울었다. 오죽했으면 ..갑자기 북받친것이다.
아이를 다른 교실로 불렀다.

왜, 친구랑 같이 다니기 싫어?

그럼 다니지 마.
근데 엄마는 걔가 공부도 잘하고 걔네 부모님 훌륭한 분들이시라고 친하게 지내래요.
뭐가 훌륭한데?
뭐 되게 높은 사람이랬어요.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게요. 근데..엄마는..엉엉 내가 힘든것도 모르고 훌쩍 걔랑 친하게 지내라고만 해요.
친하게 지내지 마. 학교 마치고 그냥 냅다 교습소로 뛰어와.
쌤, 저 진짜 걔 싫어요. 막말하고 무시하고 지가 뭐나 된 줄 할고 아주 재수털린다구요.
그래. 멀쩡하게 재수 털리지 말고 같이 다니지 마. 따라오면 쌤한테 이른다고 해.
쌤이요?
응.
쌤 쎄요? 잘 싸워요?
아니, 잘 못싸워. 근데 재수없는 표정으로 '너 뭐니? 가!' 정도는 해줄 수 있어.
ㅋㅋㅋ
꼬맹이가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들어왔다.
그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궁금해서 물어봤었다.
걔가 요즘은 친한 척 안해?
네. 제가 쌩깠더니 다른 애한테 갔어요.
잘됐다.

우리 꼬맹이와 친한 척 하던 아이는 '누가 잘 헤어지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에 나오는 유진이보다 말랑한 아이였던것 같다.
그보다 덜 냉정했을지도 모르고..

좋은 친구라는 건 어떤건지 이젠 짚어지지도 않는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가장 힘든건 '관계'다. 관계를 맺는 것도 끊는 것도 모두 큰 일이다. 단칼에 싹둑 잘려지지 않는 관계는 두고두고 미련과 후유증을 남긴다.
유진이가 이사가던 날 민서가 마주한 현실은 얼마나 오래 상처로 남을지 알 수 없다.

작가가 써왔던 글들과 사뭇 결이 다르다. 사실 삶의 대부분의 상처는 '관계'가 가져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세계의 도서관에 불이 난다면 구해낼 책" 셰익스피어 전집, 플라톤 전집,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꼽았다.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서양 인문학의 고전으로 세 이야기를 꼽는다면..동화계에서는 "누가 잘 헤어지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를 꼽아 볼 가치가 있을지도? (너무 갔나? ㅎ)

아이들의 심리와 관계, 어쩌면 아이들 끼리면 쉽게 풀렸을 관계가 어른들의 관계가 결합되며 더욱 왜곡되고 극단적으로 흘러버린다.
아이들의 관계에 어른들은 객관적인 척 한 발 담그는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아이는 잘 참고 견디는 아이가 아니라 제 아픔을 봐 주는 어른과 자라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늘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는 시작은 비극적인 마침표를 찍고 마니까..
참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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