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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기 흩날리듯
바람의 역사
커피프린세스  2026/07/11 11:14
  • 바람의 역사
  • 강세환
  • 14,250원 (5%450)
  • 2026-06-20

시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쉬워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시는 어렵지만, 한결 읽기가 쉬워진 것 같다. 뭐든 반복되면 익숙해지니까, 편안해지는 건 아닐까 싶다. 처음 이 책은 주제가 '바람'일까 했었다. 아니면, 시 한편의 제목일까 하고 제목을 찾아봤지만, 모두 내 예상은 빗나갔다. 시집을 읽다보니 세월이 흘러 어느덧 인생의 후반부로 넘어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나는 젊은 것 같지만, 어느덧 작았던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것 같다. 노인네는 뼈도 잘 안 붙는다더니, 침대 모서리에 찧어서 발가락이 골절된 것도 우수운데, 한달째 여전히 붙는게 더디다.

내가 생각하는 시는 엄청나게 축약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감상할 때는 곰곰히 생각해보며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그런 선입견이 아마도 시를 쉽사리 접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일테다. 하지만 어려워도 계속해서 읽다보니 시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일까. 특히나 이 시들은 시인의 일상이나 개인적이니 경험을 써서 그런지 더욱더 편안하다. 또, 곳곳에 등장하는 수락산이나 마들역이나 롯데백화점(노원역 근처)라는 곳들이 낯설지 않은 곳이라 더 친숙한 것 같다.

특히, 시인이 겪는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시가 몇개가 있다. 「백내장 수술」, 「백내장 수술 후」, 「백내장 수술 후 몇 가지 조언」, 「백내장 수술 후 근황」, 「수술대 위에서의 단상을 기록한 시」. 계속해서 백내장 수술에 관련된 시가 나오니까, 수술대라는 건 백내장 수술대를 말하는 것이겠지. 예전에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일정을 다 잡아놓고 당일이 되니 갑자기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당시에 너무나 화가나서 한동안 씨름을 하다가 겨우 모시고 가서 수술을 했더랬다. 엄마는 당일에 그렇게 고집을 부렸을까. 이제는 물어볼 수도 없고, 수술대 위에서 시인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하니, 엄마도 무슨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왜 귀기울여 사정을 듣지 않았었는지. 여전히 나는 엄마의 옷자락을 놓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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