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 부는 날이면 책 속으로 숨는다. 그림은 나랑 그다지 친하지 않다. 예전부터 미술에 관심을 가져보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그렇다고 책 전문가도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내가 스토리를 즐기듯 그림 속의 스토리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배경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다. 제자 중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그저 그랬었다고 했었다. 그저 요즘에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라 보긴 봤는데, 별 감흥은 없었더란다. 단순한 영화라기 보다는 자신과 같은 나이인 단종이 정말로 겪었을 당시를 생각했다면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미술에 대해 걸음이 느린 이유는 배경지식을 많이 가지지 못했던 탓이다.
이 이야기 중에서 제일 끌렸던 부분은 바로 '화가 이중섭'이다. 이중섭이라고 하면 학창시절부터 배워왔던 "흰 소"가 끈을 매달아 놓으듯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안타까웠던 말년이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그건, 오래전 제주 여행에서 이중섭이 머물렀던 그 쪽방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전쟁당시 흥남부두를 통해 피란길을 올랐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유복한 집에서 그림만 그리던 그에게 피란 속에서 가족들을 책임지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지냈을 그의 사정을 알다보니, 그저 "흰 소"를 그린 이중섭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그리고 가족을 그리워 했던 이중섭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사실, 미술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문득 미술관을 찾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보다는 책에 더 이끌렸을 뿐이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미술가들의 삶에 당시의 배경지식을 좀 쌓는다면 미술을 향한 걸음을 조금 더 속도를 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