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소영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그리고 오랜시간 혼수상태에 있었다. 지금 소영 앞에는 검사지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나의 학교 생활은, 만일 내가 지금 나이보다 열살이 많다면... 그런데,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했다. 소영은 지난 17년간의 기억이 없어져버렸다. 기억상실증이다. 차에 치여서 바닥에 떨어질 때 다친 부위가 좋지 않았지만, 엄마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함께 소영은 회복될 수 있었다. 대신 기억은 없어졌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소영의 엄마는 너무나 비정상적인 것 같다. 나라면 조금 회복되면, 조심히 학교를 가는 것부터 생각할 텐데, 소영의 엄마는 그러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거나, 늘상 소영이와 붙어있으려고만 한다. 마치 소영이를 감시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퇴원하고 돌아온 집은 더욱더 이상하다. 자신의 짐은 모두 치워버렸다. 또한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다며 짜증을 낸다. 잘해주다가도 이상하리만치 소영을 대한다.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하고 방치한다. 책을 읽다가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제껏 읽은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일그러진 가족관계를 다룬 것들도 있었다. 이 책도 띠지에 있는 문구, '가족은 서로 사랑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라는 말로 무언가 이상한 가족 관계에서 나온 그런 이야기겠거니 생각하면서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소영의 엄마는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새엄마인가? 양엄마인가? 혹시 소영이를 유괴라도 한 건가?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에서 맴돌았다. 가족은 서로 사랑해야 되는 것은 맞지만, 그 가족이 때로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가족이 족쇄가 되는 것은 정말이지 불행한 것 같다. 끊어낼 수도 없는, 그렇다고 겉으로 드러내기도 힘든... 참으로 힘들 것만 같다.
어릴적에 번데기를 참 잘 먹었는데, 요즘엔 잘 먹지 않는다. 그게 누에나방의 번데기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아니지만, 그냥 입맛이 달라졌을 뿐이고.. 어찌되었든 누에는 나방이 되기 위해서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는데 인간은 그 고치를 갈라 벌레를 먹고 껍질에서 실을 뽑아 실크를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멋진 나방이 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게 나의 발목을 잡는 가족이든 사회든 말이다. 비록 누에는 나방이 되어서도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멋진 나방 한번 되봐야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