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옛말이 다 옳지만은 않지만, 할머니와 엄마는 그 말을 믿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4월이면 온 동네에 복숭아 꽃이 피는 도자마을에서 살았다. 혼담이 오고가는 중에 집안에서 반대하던 아빠와 서울로 도망쳐 결혼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10년도 못되서 돌아가시고 엄마는 종일 일해야 했다. 수민과 동민은 도자마을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외할머니는 참으로 무서웠다. 그런 동민에게 위로가 된 것은 서울서 전학온 운영이었다. 타지인들 만나면 입에 오르내린다고 운영을 만나지 말라고 했고, 할머니가 반대하면 그 끝이 좋지 않았기에 엄마도 그 말을 따랐다. 어느 겨울날 썰매를 타던 운영과 동민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그 일로 할머니는 엄하게 다그치며 동민과 수민을 서울로 올려보냈다. 집안의 반대에도 조용히 운영과 동민은 사랑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미래가 없는 사이'는 그만두는게 맞다며 운영은 미국으로 떠나며 동민의 첫사랑은 끝나 버렸다.
첫사랑 이야기는 이제는 너무 진부하지 않을까라고 할수도 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과 어쩌면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지난날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시골 마을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어느날 문득 노을진 하늘을 보면서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나온 날의 아쉬움도 있었고, 혼자만이 간직하고 싶은 사연도 있다. 뚜벅뚜벅 걸아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추억의 길 위에는 나만의 사연들이 있어서 가끔 뒤돌아 보면서 당시의 날들을 마주하기도 하다. 이 소설은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그런 느낌이다. 아련해지기만 하는 그런 기억속에서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