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밤이 선생이다
mailbird 2026/08/11 13:28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는 잘 만들어진 실패담이다. 성장통과 실패담은 다르다. 두 번 다시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늘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떤 아름답고 거룩한 일에 제 힘을 다 바쳐 실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 일에 뛰어드는 것을 만류하지 않는다. 그 실패담이 제 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하였다는 승리의 서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봄날은 허망하게 가지 않는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것들은 조금 늦어지더라도 반드시 찾아오라고 말하면서 간다 (2011)- P88
맥락을 따진다는 것은 사람과 그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맥락뒤에는 또다른 맥락이 있다. 이렇듯 삶의 깊이가 거기 있기에 맥락을 따지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일에 시간과 정성을 바치기보다는 행정 규정을 폭력적으로 들이미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한국을 이상 사회로 생각한다는 노르웨이의 한 청년이 이런 문제 저런 문제를 깊이 살피기보다 제가 생각한 세계와 맞지않는 것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려 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2011)- P97
지금 어떤 사람들이 학생들의 교과서에서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써서 민주주의에 선을 그으려 한다. 자유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말이 이 땅에서 자유를 억압한 적은 없지만, 민주주의 앞에 붙었던 말은 민주주의도 자유도 억압했다. 이를테면 ‘한국적 민주주의‘가 그렇다. (2011)-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