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mailbird 2025/12/27 09:28
바쁘다는 핑계와 고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는 자괴감으로 미루던 일을 더는 피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P100
아무 근거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일 거라고 짐작했다. 어색한 상황에서 쉽게 미소를 짓거나 실없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단단함 때문이었을까. 편견일 테지만 수녕의 마음속에서 비혼과 기혼의 느낌은 난바다와 앞바다만큼이나 달랐다.- P103
며칠 전에 여기서 해 지는 걸 봤어요. 아름답더라고. 나는 평생 아름다움이 불편했소. 노을이 아름답다는 건 노을이 아닌자가 느끼는 거요. 아름다움에는 그런 함정이 있어요. 하지만아픔은 스스로 아픈 처지가 되어야 아는 거지요.- P106
왜 나는 소설 쓰기를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면, 재능도 기회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무녀가 가리키던 날개옷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풍요로운 소설의 육체를 갖지 못했어도 언젠가는 그 위에 날개옷을 걸치고 싶은 욕망이 남아 있는 건가.- P111
요즘 붓과 물감으로 미술하는 사람이 어딨나. 요즘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는 사람이 어딨나. 모두 지난 세기의 유물이야. 이런저런 트집을 잡다가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끼리끼리 모이는 거지.- P116
꽃과 별, 별과 꽃. 걷고 있는 향숙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에게도 꽃과 별 같은 시간이 있었다는 생각이 왠지 위로가 되었다.- P174
‘아니야. 맘대로 해. 어둠은 형태나 색채가 아니라 깊이라면서? 물기 없는 슬픔이고, 온기 없는 위로라고도 했지.-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