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일단 떠나는 수밖에
mailbird 2025/06/06 08:40
내가 생각하는 ‘진짜 순례자‘는 고통조차 묵묵히 견디며, 불편함은 아무렇지 않게 감수하며, 매사에 감사하는 사람이었다.
_ 추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중- P80
경쟁이 심한 사회일수록 실패라는 경험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_ 그 섬에 다녀왔다 중- P106
이 고단한 여관업이 내게 주는 선물은 이런 찰나의 소통이다. 나이와 하는 일과 국적과 종교, 이 모든 의미 없는 선을 뛰어넘어 이뤄지는,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공감. 비록 순간일지라도, 단 한 번일지라도, 이렇게 번개처럼 찾아드는 찰나의 소통이 있어 삶은 살아갈 만한 것이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그 드물고 귀한 순간을 위해 오늘도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 선다. 두손으로 칼등을 누르며 단호박을 가르고, 양파와 당근을 썰어놓고 가스레인지를 켠다. 수프를 끓이고, 디저트를 만들고, 샐러드용 채소를 다듬어 놓는다. 아끼는 화기에 꽃 몇송이를 꽂아 아래층 탁자 위에 올려둔다. 다시 시작이다.
우리 집 벨을 누르며 찾아온 낯선 이와 보내는, 보통의 특별한 하루가.
_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 중- P121
모두의 마음에는 이렇듯 평생을 헌신했지만 아직 완성을 보지 못한 성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성을 쉽게 떠나지 못했던건 그 성에 내 그림자도 깃들어 있는 것 같아서였다.
_ 여행만큼 사랑하던 일상이 무너졌다 중- P129
불확실한 자연으로 들어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온전히 지배하고, 두려움을 통제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데 등산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럼으로써 육체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분투. 그런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이라면 그 산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산이라 해도 존경하게 된다.- P177
말은 이렇게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자신의 두 다리로 걷는다는 건 풍경을 몸에 새기는 행위임을. 그렇게 읽어낸 풍경은 영혼에 깊이 각인되어 쉽게 잊히지 않는다.- P256